“고생 많이 했지요. 그래도 잘 자라준 자식들을 보면 이제 부러울 것이 없어요.”
 30여년동안 채소장사를 해온 김영일(65), 박금옥(62)씨 부부(인천시 동구 송림6동).
 트럭을 몰고 다니며 채소를 팔아왔지만 지난 8월8일부터는 인천 동구 `현대시장 86상회""의 새로운 주인이 됐다.
 70년에는 현재 동부시장 자리에서 남의 처마밑을 빌려 채소장사를 시작했다는 할머니는 “옛날에는 여기가 다 밭이었지. 사람사는 집도 좀 있었고. 천막치고 노점상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다구”하며 회고한다.
 좀 더 벌어야 2남1녀를 먹여 살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할아버지는 대한중공업을 그만두고 그 퇴직금으로 용달차를 구입해 닥치는 대로 물건 날라주는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좀 더 나은 벌이를 해보자며 시작한 것이 바로 트럭행상이다. 송림동에서 인천교까지 매일 오가며 장사를 한 것만도 20년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부부에게는 걱정거리가 하나 있다. 원하던 곳에 터를 잡았으니 좋은 물건을 파는 곳이라는 인상을 주고 싶지만 그렇지가 못하다. 시장내에 있던 경매기능이 지난 4월 새로 문을 연 삼산농산물도매시장으로 넘어가 이제는 매일 새벽 그곳까지 가서 물건을 떼와야 하는 것이다. 불편도 불편이지만, 사온 상품을 좁은 공간에 많이 모아두다보니 흠집이 나기 일쑤다. 지역주민들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경매권이 되돌아와야 한다는 것이 시장사람들의 생각이라고 했다.
 이들 부부에게는 가장 든든한 존재가 있다. 우리나라 최고라는 명문대 출신인데다가 교사로 큰 기업체의 회사원으로 자기 몫을 다하면서 사는 효심깊은 두 아들이다.
 “일년 내내 장사하러 다니느라고 뭐 뒷바라지 해준 것도 없는데 잘들 해줘서 고맙지.” 12평짜리 작은 집에서 아무런 불평없이 자라준 자식들이 마냥 고맙기만 하단다. 자식들은 모두 서울로 떠났지만 자식에게 의지해 살기보다는 죽을 때까지 열심히 살고 싶다는 노부부.
 “나중에 돈 좀 벌어 여유가 생기면 할머니하고 둘이서 여기저기 여행다니고 싶어. 환갑여행으로 제주도를 갔었는데 참 좋더라구.”
〈이은경기자〉
bulgo@incho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