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설 산맥 아래 강물 모이는 마을 '이곳은 낙원'
▲ 카즈베기산 언덕에 세워진 '게르게티 성삼위일체 교회'
▲ 5세기 이전 조지아의 수도였던 '므츠헤타'
▲ 조지아정교회의 총본산 '스베티츠호벨리 성당'

코커서스 신화와 종교의 순례지

 


예수 사도 5명 활동 기독교 국가
조지아정교회 험난한 세월 중심

두 강 합류점엔 '므츠헤타 마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

조지아 정신적 고향 카즈베기산
게르게티 성삼위일체 교회 우뚝
프로메테우스 신화를 간직한 곳




조지아는 산악국가다.

평균 4000m를 웃도는 코카서스산맥의 봉우리들이 북쪽을 감싸고 있다.

남쪽은 아르메니아고원이 펼쳐진다.

조지아의 국토는 대부분이 산맥과 고원이지만 그 사이를 흐르는 강과 계곡, 초원이 빚어낸 멋진 풍광으로 인하여 '코카서스의 스위스'라는 별칭이 붙었다.

조지아의 면적은 우리나라의 70%다.

인구는 370만 명이며 수도인 트빌리시에 100만명이 산다. 인천보다 70만명 더 많은 인구가 인천보다 67배나 넓은 땅에서 살고 있다. 비옥하고 풍요로운 땅에 인구밀도까지도 낮으니 그야말로 낙원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까닭에 조지아는 고대로부터 권력자라면 누구나 차지하고 싶은 요충지가 되었다.

페르시아, 그리스가 이곳을 장악하였고, 뒤이어 로마제국이 4백년을 차지하기도 했다. 조지아는 이때마다 제국의 문화를 흡수하였다. 종교 또한 마찬가지다.

조지아는 기독교와 관계가 깊은 곳이다. 예수의 12사도 중 5명의 사도가 조지아에서 포교활동을 하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조지아는 326년에 기독교를 국교로 채택하였다.

이후 발전을 거듭하여 467년에는 안티오크 정교회로부터 독립교회로 인정받아 조지아 정교회가 탄생하였다.

현재 조지아인의 87%가 믿고 있는 조지아 정교회는 조지아의 험난한 역사 속에서 민족의 단결과 저항의 중심점이 되었고, 이와 함께 수많은 순교자를 배출하며 오늘의 조지아를 만들었다. 작은 마을에도 교회나 수도원이 있는 것은 이러한 조지아의 특성을 잘 알려주는 것이다. 한 마디로 조지아는 기독교를 떼어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곳이다.

트빌리시에서 북서쪽으로 약 20㎞ 정도 떨어진 곳에 므츠헤타라는 마을이 있다.

조지아를 대표하는 두 강인 므츠바리 강과 아라그비 강이 합류하는 두물머리에 위치한 므츠헤타는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될 정도로 아름답고 유서 깊은 곳이다. 이곳은 고대로부터 동서의 길과 강이 만나는 요충지였다. 이런 까닭에 트빌리시 이전까지 조지아왕국의 수도였다.

마을 중심에는 '생명을 주는 기둥'이라는 의미의 조지아정교회 총본산인 스베티츠호벨리 성당이 있다. 이 성당은 예수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그가 예루살렘에서 십자가에 못 박혀 처형되었을 때, 조지아인이 로마의 집행관으로부터 예수가 입고 있던 옷을 사서 귀국했다. 그러자 그의 누이가 예수의 옷을 붙들고 비탄에 잠겼다가 죽고 말았다. 그런데 옷을 너무나 단단히 쥐고 있던 까닭에 빼낼 수가 없었다. 결국 옷은 그녀와 함께 묻혔다.

그 후, 무덤에서는 삼나무가 자라났고 왕이 그 나무로 7개의 기둥을 만들어 새 교회의 토대를 삼게 하였다. 그런데 7번째 기둥이 공중에 솟구쳐 올라 내려오지 않았다. 조지아에 기독교를 전파한 성 니노가 밤새 기도하자 내려왔는데 그때부터 이 기둥에서는 어떤 질병도 치료할 수 있는 신비한 액체가 흘렀다. 그래서인가.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심신치료를 위하여 어둑한 공간에서 저마다 촛불을 밝히고 간절하고 엄숙하게 기도하고 있다.

므츠헤타가 내려다보이는 산 정상에 세워진 즈바리 교회는 4세기 초 조지아에 최초로 기독교가 전파된 것을 기념하여 십자형 모양으로 세워진 교회다.

조지아에 최초로 기독교를 전파한 사람은 터키의 카파도키아에서 온 성녀 니노였다. 즈바리는 조지아어로 '포도나무'라는 뜻이다. 이는 그녀가 포도나무로 된 십자가를 가져온 것을 기념한 것이다. 이 교회도 니노의 포도나무 십자가로 기적이 행해지자 순례자들의 필수코스가 되었다. 하지만 풍광 좋은 이 교회가 모두에게 개방된 것은 구소련에서 독립한 이후부터다. 그 전에는 군사기지로만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조지아인들이 정신적 고향이라고 여기는 곳은 카즈베기 산 아래 언덕에 세워진 게르게티 성삼위일체 교회이다. 5000m가 넘는 카즈베기 산이 만년설과 함께 장엄함을 뽐내고, 2000여m의 산 구릉에 펼쳐진 푸른 초원에 자리 잡은 이 교회는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신심을 돈독하게 해준다. 실로 코카서스 최고의 비경이 아닐 수 없다.

카즈베기 산은 프로메테우스 신화를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인간을 사랑한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 몰래 인간에게 불을 전해 준 대가로 평생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고통을 느끼며 살아야했다. 프로메테우스는 헤라클레스가 독수리를 없애고 구해줄 때까지 3000년을 고통 속에 지내야

 

했다. 청명한 날임에도 산 정상의 날씨는 수시로 변한다. 천변만화(千變萬化) 그 자체이다. 장엄한 대자연의 풍광 속에 신화와 종교가 공존하는 곳. 조지아가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인천일보 실크로드 탐사취재팀
/남창섭기자 csnam@incheonilbo.com
/허우범작가 appolo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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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메니아 '고문서 박물관'


코카서스의 언어들

구소련 시절 못 쓰던 고유언어신생국 독립 뒤 다시 국어되다

조지아는 고유 언어와 문자를 쓴다. 1세기경에 조지아어의 기원이 되는 석비가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실질적인 문자는 3세기경에 왕정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문자의 기원으로 따지면 20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조지아어는 대문자, 소문자, 필기체 등 세 가지로 구분되지만 지금은 구분 없이 한 가지로 쓰고 있다.

아르메니아도 고유의 언어와 문자를 가지고 있다. 405년에 메스로프 마슈토츠가 창제하였다. 조지아어와는 다르게 대·소문자와 필기체를 구분하여 쓴다. 창제자의 이름을 딴 고문서박물관에는 1만7000여권의 중세시대 책과 필사본 등 귀한 자료들이 있다.

아제르바이잔어는 터키어와 80%정도 흡사한 언어를 쓴다. 그래서 일명 '아제르바이잔 튀르크어'라고 부른다. 터키와 정상회담을 할 때에도 통역자 배석 없이 소통할 수 있을 정도다.

세 나라 모두 구소련 시대에는 자국의 문자를 쓰지 못하였다. 소련이 붕괴되고 신생국으로 독립하면서 다시 자국의 문자를 국어로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