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혜 사회부 차장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면 너나 할 것 없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홍보물로 쓰고 있다. 4년 전 지방선거 때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이 범람하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이 중에서도 인천시 남동구청장 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의 공보물이 눈에 띈다. 문 대통령과 나란히 찍은 사진 밑에 문 대통령이 자신을 구청장으로 인정했다는 예전 멘트를 인용한 것까지는 타 후보들과 매한가지였다. 그러나 해당 후보는 민주당이 아닌 정의당 소속이라는 점에서 달랐다. 엄연히 야당인 정의당이 여당을 활용해 '선거마케팅'을 하는 해괴한 상황인 셈이다.

요즘 "문 대통령이면 다 된다"라는 말이 돌 정도로 그의 영향력과 후광이 강력해서 그런지 정의당조차 '문재인 팔이'에 나섰구나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하나 잘 따져보면 문 대통령이 지지하기 때문에 자신이 남동구청장이 되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는 어폐가 있다.

사진은 배진교 후보가 2014년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과 정의당의 야권연대 후보로 출마하자 문 대통령이 제19대 민주당 국회의원 신분으로 지지유세를 왔을 때 찍혔다. 이때는 야권연대 후보였으니 민주당이나 정의당이나 동일하게 보고 서로서로 지원하는 게 옳았다. 하지만 이번 남동구청장 선거에서 정의당과 민주당은 야권단일화를 하지 않았다. 두 당에서 각자 후보가 나온 상황이다. 지금에 와서도 문 대통령에게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정의당 후보를 남동구청장으로 지지하느냐고 물어보면 4년 전과 같은 답을 할 수 있을까.
논란이 불거지자 배진교 캠프에서 내놓은 해명은 옹색했다. "대통령 지지율에 숨어 '묻지마' 선거를 하고 있는 민주당에 대한 문제의식을 표현하기 위해 사진을 썼다"는 것이다. 당당히 정의당 후보로 선거에 임하지 못하고 '남의 집 사람'을 전면에 내세운 그가 할 말은 아닌 듯싶었다.

게다가 불과 지난해까지 정의당 선대위 대변인이었던 배 후보가 문 대통령을 향해 쏟아냈던 원색적인 비판을 상기하면 정치적 실리에 따라 얼마든지 입장이 변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만은 확실한 듯하다. 그가 인천시교육청 감사관이었던 시절도 '오버랩'된다. 배 후보는 지방선거에서 떨어진 후 비리로 얼룩진 인천시교육청이 자성의 차원에서 실시한 외부 감사관 모집에 직접 응모해 최초 개방형 감사관으로 됐다.
교육청 내부를 감시하고 비판해 적폐를 해소할 것이라는 큰 기대를 했지만, 그는 임기 2년도 지나지 않은 2016년 총선에 출마하겠다며 무책임하게 자리에서 나왔다.
지금은 구속돼 있는 당시 이청연 교육감의 뇌물수수, 교육비리 등에는 접근조차 못한 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