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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칼럼] '베댓', 신의 소리라고?  
[김형수 칼럼] '베댓', 신의 소리라고?  
  • 김형수
  • 승인 2018.05.10 00:05
  • 수정 2018.07.09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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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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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造作)은 '가짜를 만든다'는 의미다.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뜻한다. 최근 포털사이트 댓글순위 조작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치열하다. 인터넷 공론의 장이 활성화한 이후 '댓글 전쟁'을 불사하는 필명의 댓글 마니아 활동이 주목을 받는 가운데 여론의 뭇매를 두려워하는 아고라포비아(agoraphobia) 현상도 나타난다. 아고라는 고대 아테네의 건전한 토론의 장소였다. 시민생활의 중앙 동선에 위치해 소통의 광장으로서 아크로폴리스가 중심이었다. 소크라테스는 변론했지만 아고라 시민법정의 배심원 판결은 사형으로 결론이 났다. 오늘날 직접 민주주의, 광장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통용된다.

시공을 초월하는 정보통신 시대의 인터넷 공간 속 댓글은 여론 형성의 새로운 '광장'이다. 그러나 때로는 소수의 의견이 전체인 양 인식되는 착시 현상의 폐해도 심각하다. 이분법적 의견의 대립은 중도가 실종되는 한계를 드러낸다. 실제로 네이버 댓글을 주도하는 계정은 전체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헤비유저'들에 치중되고 있다. 일종의 '광장 장애'를 앓고 있는 셈이다. 과연 '베댓'은 여론이고, 민심인가.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조작을 가정하면 침묵하는 개인과 집단 의견의 괴리 사이에 여론의 허구를 배제할 수 없다. 지배적 여론에 대립하는 대중들은 의도된 침묵으로 일관하고, 그 가운데 형성된 여론은 더 강화되는 효과를 얻는다. 자칫 허구에 동조하는 사이비 집단이 망동하면 가짜 여론을 품은 광장은 강력한 정치적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여론은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조성된다. 그래서 댓글 이슈를 제공하는 언론은 사실과 허구의 진위를 위해 '팩트 체크'에 몰입한다. 그럼에도 인터넷 광장에서 탈출하고픈 아고라포브의 상황공포증이 점증하는 추세다. 여론의 조작을 인지하기 때문일 것이다. '댓글 접기' 소수 세력의 기계적 작전이 통하는 광장은 건전한 군중을 전제함에도 불구하고 구별하기 어려운 혼란을 넘어 조작으로 인식된다. 블로그나 댓글의 위력은 허구를 바로잡는 정의의 실천이어야 한다. 사실을 확인하는 작업은 냉철한 이성과 끈기를 요구한다.
미국에서 보도·문학·음악부문의 탁월한 업적을 선정하는 퓰리처상이 제정된 지 100년을 갓 넘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언론대학원 퓰리처상선정위원회는 미국 저널리스트 조셉 퓰리처 유언에 따라 매해 4월 수상자를 심의하고, 5월에 수여한다. 이번 달, 트럼프 대선 캠프의 '러시아 내통' 의혹을 추적 보도한 뉴욕 타임즈와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부문 상을 수상한다. 잡지 '뉴요커'는 NYT와 공동으로 미투운동을 촉발시킨 미국의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30년간에 걸친 할리우드 여배우 성추문 의혹사건을 다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퓰리처상 소재는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2003년 미국 3대 일간지 중 하나인 보스턴 글로브 신문의 탐사보도팀 '스포트라이트'는 천주교 신부들의 추악한 아동성추행 사건을 파헤쳐 퓰리처상을 받았다. 1976년 보스턴 경찰이 아일랜드계 신부의 아동성희롱 협의를 확인하고도 몰래 석방하고, 언론에 이 사실을 비밀에 부친 사건이 발단이었다. 미국의 전설적인 앵커 크롱카이트의 뒤를 이은 CBS의 간판 뉴스캐스터 댄 래더는 한 블로거의 진실 규명에 의해 평생을 바친 언론인 자리를 내려놓아야 했다. 2004년 미국 대선에서 캐리 민주당 대선후보를 지지한 래더는 재선에 도전한 부시 대통령의 '텍사스 수병 시절의 군경력 사칭' 병역비리 문건을 특종 보도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인터넷 블로거의 문제점 지적과 동조 댓글은 결국 댄 래더를 사임하게 만들었다. 미국 전역에 타전된 '래더 게이트' 오보 사건은 부시의 재선을 막으려는 정치적 야심이 댓글의 설득력에 굴복한 사건이었다. 중국도 인터넷 공론장 BBS에서 반한감정과 금한령 등을 이슈화하기도 했다.
이른바 댓글, 포스팅, 리플 등으로 지칭되는 인터넷 게시판에서 네티즌들이 지켜야 할 윤리의식은 양심이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포털사이트가 마녀사냥의 '주홍글씨'를 새기는 담론 전략의 광장이 되지 않도록 편향된 정치적 성향을 경계해야 한다. 특정세력이 조직적으로 가담하고 공공의 이익을 해치는 21세기 '인터넷 마녀'야말로 척결 대상이다.

양적 연구 영역에서는 '조작적 정의'(操作的 定議)를 설정한다. 가짜라는 조작(造作)과는 한자의 의미가 다르다. 추상적 개념이나 용어를 측정 가능하도록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다. 예를 들어 노인에 대한 측정을 수행할 때 '노인은 65세 이상 고령인구'로 연구자가 규정하는 것처럼 측정 가능한 개념으로 일반화하는 작업이다. 인터넷 댓글의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구분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더욱이 네이버 포털은 뉴스를 임의로 선정하고 편집함으로써 언론의 기능을 침범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적어도 '매크로'를 동원한 댓글 순위는 '무의미하다' 등의 인터넷 포털 리플러 스스로의 조작적 정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대중의 의견은 신의 소리'라고 말했다. 과연 댓글이 '소수의 세력에 의해 조작되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데 국민은 사려 깊고 착실한 판단력을 갖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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