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회진 사회부 기자
서해 5도에 평화의 바람이 분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 등 북한의 무력 도발이 일어나던 서해 NLL(북방한계선)은 분쟁이 아닌 평화의 상징으로 거듭나고 있다.
서해 5도 어민들은 지난달 열린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서해가 평화의 수역으로 조성되길 희망한다.
그동안 서해 5도에 사는 주민들은 각종 규제에 발이 묶인 채 살아가야 했다. 어민들은 일출·일몰 이후에는 조업을 할 수 없고, 그마저 정해진 어장 안에서만 배를 몰 수 있었다. 여기에 군에서 사격 훈련이 있는 날이면 출항조차 할 수 없었다.

이뿐만 아니다. 안개라도 짙게 끼면 며칠씩 여객선 운항이 통제되면서 이동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주민들은 서해 5도에 사는 이유로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 한 어민은 "서해 5도 어민들은 하루 24시간이 아닌 12시간의 삶을 45년 동안 살아왔다"라고 호소했다.
제한과 차별 속에 살아가던 주민들에게 한반도의 평화와 희망을 선언한 4·27 판문점 선언은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남과 북은 서해 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세워나가기로 하였다"는 선언은 남북 분단 희생자로서 오랜 시간 고통을 받아온 서해 5도 어민들에게 한 가닥 희망과 같은 것이었다.

서해 5도 어민들은 이제 '봄의 시대'를 맞이할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어민들은 서해 평화수역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고, 이를 실행할 ㈔서해5도 어민협의회를 설립할 계획이다. 정부도 서해 평화수역을 구체화하기 위해 발 빠르게 나섰다.
지난 달 5일 송영무 국방부장관 등 외교·안보부처 장관 4명이 한꺼번에 백령도와 연평도를 방문해 서해 평화수역 실현 가능성과 안전한 어로활동 등에 대한 어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서해 5도 어민들은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서 안전한 어로 활동을 벌이는 한편 남한과 북한이 서해 NLL 에서 평화롭게 조업하길 꿈꾸고 있다.

11년 전 남북 관계가 냉각되면서 실행되지 못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가 이번 기회에 반드시 실현될 수 있도록 끈기와 배려·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