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게로 다가가면
부드러움에
찔려

삐거나 부은 마음
금세

환해지고
선해지니

봄엔
아무 꽃침이라도 맞고 볼 일.



봄을 노래한 시인들은 많다. 엘리어트는 <황무지>에서 '4월은,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달'이라면서 죽어버린 추억을 되살리는 봄의 생명성을 역설적으로 노래했고, 조병화는 "흙에서, 가지에서, 하늘에서,/ 색이 톡 톡 터진다./ 여드럼처럼"이라고 감각적으로 봄을 노래했다. 봄을 노래한 많은 시들 중 나는 특히 함민복의 <봄꽃>을 좋아한다. 꽃에게로 다가가서 꽃의 부드러움에 찔리면, 삐거나 부은 마음이 금세 환해지고 선해진다는 시인. 꽃을 단순히 아름다움의 대상이 아니라 치유의 대상으로 치환하는 시인의 상상력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시에서 꽃은 관찰의 대상이 아니라 성찰의 대상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삐거나 아픈 곳이 있을 때 침을 맞듯이, '꽃침'은 난폭성이나 차가움보다는 상처의 위무와 정신적 고양을 나타내는 승화의 의미를 띤다. 이는 대상에 대한 시인의 능동적인 자세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특별한 대상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모든 구체적인 풍경을 주체의 내면과 견주고 어울리게 하는 과정에서 발원하고 완성된다. 그러니까 시인에게 '꽃'은 풍경과 내면의 접점을 빚어내면서 가장 근원적인 자기정화를 실현하는 대상으로 작용한다. 우리는 누구나 마음에 아픔 하나는 지니고 산다. 그 아픔을 치유하고 싶다면 아주 가까이 피어 있는 꽃들을 보는 것은 어떨까.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 있는 요즘. 더 늦기 전에 부드럽게 그리고 달콤하게 꽃침을 한번 맞아보자. 곧 떠나가 버릴 봄을 배웅하는 심정으로, 그 아픔도 함께 배웅해 보자.

/강동우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