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아트센터 '웅얼거리고 일렁거리는'
▲ 권혜원作 "바리케이트에서 만나요'
13팀 작가 영상·설치·사운드 퍼포먼스 등 선보여

"과학은 답변을 하지만, 예술은 항상 결론 대신 질문을 던진다."

웅얼거리는 예술이 던진 질문에 사회는 일렁거린다.

백남준아트센터가 6월24일까지 마련한 기획전 '웅얼거리고 일렁거리는(Common Front, Affectively)'은 디지털 네트워크 환경에서 예상치 못한 사회·정치적 변화를 함께 겪고 이루는 목격자이자 참여자로서 감정의 흐름, 감각의 전이 현상에 대해 동시대 미술이 주목하는 관점을 보여준다.

13팀의 작가들은 영상, 설치, 사운드 퍼포먼스, 디자인 등 다양한 매체로 감정의 형태와 움직임을 포착하고 소통을 시도한다.

작품들은 비록 뜻 모를 웅얼거림처럼 들릴지라도 그것들이 모여 어떤 일렁거림을 일으킬 수 있음을 전한다.

서진석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22일 열린 기획전 '웅얼거리고 일렁거리는' 기자간담회에서 "이 전시가 한 현상에 질문을 던지는 의미로 제목을 지었다"면서 "주제에 대한 답변을 주지는 못하더라도 감정과 감성의 전이 현상이 심리사회학적 측면에서 웅얼거리고 일렁거리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전시 기획을 맡은 김성은 삼성미술관 리움 책임연구원은 "강력한 주장보다는 속말을 지치지 않고 이야기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어떤 문화와 사회에 조그만 파도 같은 일렁임을 만들어내는 것이 전시의 주제"라고 강조했다.

참여 작가들은 1970~1980년대생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함양아 작가와 홍민키 작가의 신작이 소개된다.

또 해외 작가 중 에드 앳킨스, 세실 에반스는 '아트인컬쳐 동시대 미술가 45인'에 선정됐고, 로잘린 나샤시비는 2017년 '터너상' 후보, 이그나스 크룽레비시우스는 2010년 '독일 Nam June Paik Award' 후보였다.

먼저 김다움 작가의 '맹지'는 4채널 HD 비디오에 8채널 오디오를 설치해 시청각의 효과를 극대화하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제약'과 '고립'을 체험하게 한다.

소유자의 땅으로 둘러싸인 '맹지'라는 고립된 구역을 심리적이고 사회적인 '맹지'로 영상과 사운드를 포함한 공간 안에 풀어낸 것이다.

김다움 작가는 "두개의 벽에 있는 영상은 스피커 8개로 둘러싸인 원 뒤로 물러나야 잘 보이고, 8채널 사운드는 원 안으로 들어가야 잘 보인다"면서 "하지만 원 안에 들어가면 영상은 일부분만 보이고, 원 안에서 나오면 사운드를 제대로 느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영상의 내용도 홍콩, 타이베이, 서울의 도시 풍경과 각 도시의 세 친구들이 거주하는 집과 개인적인 처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뒤섞여 공감과 진한 울림을 선사한다.

권혜원의 '바리케이드에서 만나요'는 저항가요와 바리케이트 구조물의 구체화 영상을 담아 여덟 개의 모니터와 각각의 스피커로 전달한다.

역사적, 현재적 저항의 현장을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와 미국 래퍼 켄드릭 라마의 '올라잇(Alright)'과 걸그룹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등 다양한 노래가사를 통해 표현하는 작가의 시각도 독특하다.

아이슬란드 작가 라그나 캬르타슨의 '많은 슬픔'은 관객이 온전히 소화 가능할지 의문이 가는 실험적인 작품이다.

 인디 록밴드 더 내셔널이 3분25초의 곡 '슬픔'을 6시간 동안 반복해서 연주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인 만큼 슬픔을 표현한 듯한 음악 자체는 물론 쌓여가는 밴드 멤버들의 피로도가 관객들의 감정과 신체에도 변화를 느끼게 한다.

마치 호기롭게 들어간 뜨거운 사우나실에서 언제 나와야될지 고민해야 하는 답답합을 경험할 수 있다.

이외에도 퍼포먼스 비디오 기록인 '점과 척추 사이'(이윤정, 한국), CGI 그래픽 기술로 창조된 남성을 담은 '쉭 소리를 내는 자'(에드 앳킨스, 영국), 남편 살해 혐의를 받은 여인의 심문과정을 텍스트와 컬러 화면으로 표현한 '심문'(이그나스 크룽레비시우스, 리투아니아) 등 다양한 작품을 한데 모았다.

김현정 백남준아트센터 학예연구사는 "전체적인 전시에 대한 그림을 그릴 때 한국의 동시대 현상을 이야기할 작가들이 있으면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의뢰를 드렸다"며 "전시기간인 95일 동안 고정된 전시 형태를 벗어나 웅얼거림과 일렁거림을 역동적으로 표현하려 한다"고 말했다.

/최현호 기자 vadas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