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씨앗도서관 소통망 구상
전국 225곳 씨앗도서관 계획
농부학교 8기수 300여명 배출
농가 생산작물 판로 연결 고민
▲ 박영재 수원 텃밭보급소 대표가 모종들을 살펴보고 있다.
▲ 수원 텃밭보급소가 수집한 토종씨앗들.
▲ 씨앗도서관에 전시된 씨앗들의 모습.
누구나 농부가 될 수 있는 도시농업. 씨앗만 있으면 나도 텃밭을 가꾸고 작물을 수확해 직접 유기농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씨앗은 어디서 날까.

그냥 제비가 물고 와서 떨어트려 주지는 않는다.

씨앗이 생겼다고 해도 초보자가 씨앗만으로 작물을 키우기는 쉽지 않다.

모종(옮겨 심으려고 가꾼 어린 식물) 정도는 있어야 나만의 텃밭을 꾸미는 일이 수월하다.

'수원 텃밭보급소'(대표 박영재)는 수확의 기초가 되는 씨앗을 직접 발굴·수집하고 연구하고 모종을 제공하는 등 도시농업 보급에 이바지 하고 있다.

도시농부가 되고 싶다면 '수원 텃밭보급소'를 통해 씨앗과 모종을 받아 나만의 토종 작물을 키워보자.

◆토종을 그대품안에… '수원 텃밭보급소'

3월의 어느 화창한 오후에 방문한 수원 권선구 입북동의 '수원 텃밭보급소'. 이곳에서는 토종씨앗으로 모종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토종씨앗을 보급하기 위해 박영재 수원 텃밭보급소 대표는 충북 괴산과 강원 평창의 고추, 수원과 경남 진주의 가지 모종을 직접 만들고 있었다.

박영재 대표는 "도시농부들이 씨앗파종을 직접 하기는 힘든 경우가 많아 원활한 토종씨앗 보급을 위해 모종을 만들고 심어보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토종종자가 아닌 씨앗을 사서 심다보면 종자회사에만 의지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가능하면 많은 도시농부들에게 토종씨앗을 보급해 다양한 토종작물이 나올 수 있도록 2005년 수원 텃밭보급소를 열었다.

이곳은 1650여㎡(500여평)의 농지를 두고 수집한 토종씨앗을 보급하기 위해 심고 자라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기르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곳곳에서 수집된 씨앗들을 확인하고 각각의 씨앗이 가진 특성을 파악한다.

박 대표는 "농사를 짓는 할머니가 갓이라고 주신 씨앗이 심고 보니 유채씨앗인 경우도 있다"며 "육안으로 알아보기 힘든 경우 심어봐야 알 수 있어 해당 씨앗이 원래의 씨앗이 아닌 경우 폐기하거나 다시 등록하는 검증의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수원 텃밭보급소는 '씨앗도서관' 사업을 통해 2008년부터 10년 동안 5000여점의 토종씨앗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화성의 경우 600여점이 있는데, 도농복합지역으로 로컬푸드가 발달돼 특화작물이 많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토종작물은 사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

먼저 토종씨앗 혹은 모종을 수원 텃밭보급소에서 받아 16.5㎡(5평)정도 되는 나만의 도시텃밭에 심는다.

정성을 다해 키우다 보면 여러 작물 중 특별하거나 열매가 좋은 작물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면 이 작물의 씨앗을 선택해 검증시스템을 거쳐 이름을 붙여주면 나만의 토종작물이 탄생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개쎄바닥 상추' 같은 토종 작물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박 대표는 "실제로 서양의 한 농부는 '토마토'라는 책을 발간했는데 평생 토마토만 키워서 500가지 토종 토마토를 만들었다고 한다"며 "작물에 이름이 있다는 것은 농부가 그 작물에 많은 애정을 가졌다는 것이다. '우리집'에서 재배한 '우리상추'가 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토종씨앗·작물이 필요한 시대

수원 텃밭보급소는 도시농부학교와 씨앗도서관이라는 크게 두 가지의 도시농업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농부학교는 농업을 전혀 모르는 초보를 대상으로 당수동 시민농장에서 교육해 매 기수 3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한다. 지금까지 8기수가 진행돼 300여명의 도시농부가 탄생했다.

이렇게 배출된 도시농부들이 원활하게 도시농업을 이끌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또다른 사업이 바로 씨앗도서관이다.

씨앗도서관은 전국에서 토종씨앗을 수집하고 그 지역 안에서 지켜지도록 지역 내 씨앗도서관을 만들기도 한다.

현재 협의회도 구성돼 광명, 안양을 비롯해 서울 강동구와 공주, 홍성, 포항 춘천, 예산, 서산, 청주 등 12개 지역에 만들어졌다.

박영재 대표는 "255개 행정구역에 씨앗도서관을 모두 짓는 게 꿈이다. 지역들과 협의해 씨앗을 보존하고, 농가들이 토종작물을 생산하면 판로를 열어주는 부분도 고민하고 있다"며 "전자씨앗도서관도 구상 중이다.

씨앗을 어디서 수집했고 어떤 스토리가 담겼는지 플랫폼을 통해 소개하면 모든 정보가 담겨 좋은 자료공간 겸 도시농부들의 소통의 창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원 텃밭보급소는 분화된 농업에서 씨앗을 생산해 보급하는 활동으로 도시농부들을 지원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씨앗을 받는 작업이 중요한 이유는 농부들이 대부분 70~80대의 연로한 노인인 경우가 많아 그들이 세상을 떠날 경우 토종씨앗들도 잃게 되기 때문이다.

또 우리가 먹는 작물이 외국계 업체에 로얄티를 주면서 먹고 있는 상황도 더욱 우리의 품질 좋은 토종작물들을 많이 길러야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박 대표는 "매운고추하면 청양고추를 찾는데 이것은 육종(새로운 품종을 육성하는 기술)한 작물이다"라며 "우리나라의 개발사인 흥농종묘가 외국계 기업에 인수되면서 씨앗을 수입해서 쓰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수원 텃밭보급소는 지속적으로 도시농부를 육성하고 다양한 토종씨앗을 수집해 모종을 만들어 토종지역 작물을 많이 생산해 생태농업으로써의 도시농업을 지속 보급해나갈 계획이다.

/글·사진 최현호 기자 vadas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