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네 아니야?""
 복녀는 획 돌아서 보았다. 거기는 곁집 여편네가 바구니를 끼고 어두운 밭고랑을 더듬더듬 나오고 있었다.
 `형님이댔쉐까…… 형님도 들어갔댔쉐까?""
 `님자두 들어갔댔나?""
 `형님은 뉘 집에?""
 `나? 눅(陸)서방네 집에, 님자는?""
 `난 왕서방네…… 형님 얼마 받았소?""
 `눅서방네 그 깍쟁이놈 배추 세 패기……""
 `난 삼원 받았다.""
 복녀는 자랑스러운 듯이 대답하였다.
 김동인의 단편 「감자」에 나오는 한 토막이다. 천성적으로 게으르고 20년이나 나이를 더 먹은 남편을 둔 주인공 복녀는 결국 칠성문 밖 빈민굴까지 흘러들게 된다. 기자묘 솔밭에 송충이가 들끓자 평양부에서는 그 송충이를 잡는 일에 칠성문 밖 여인들을 인부로 쓰게 되는데, 복녀는 그 일에 뽑힌다. 대엿새 일을 하는 동안 복녀는 이상한 현상을 발견하게 되는데, 몇몇 젊은 여인들은 일도 안하고 피둥피둥 놀며 웃고 떠들어도 삯전을 더 많이 받는다는 사실이었다. 그 여인들은 감독관한테 몸을 바쳤고 그리고 모든 일에서 열외될 수 있었다. 복녀도 그렇게 성을 상납하게 된다. 작가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게다가 일 안하고 돈 더 받고, 긴장된 유쾌가 있고 빌어먹는 것보다 점잖고…… 일본말로 하자면 <&27849>삼박자(三拍子)<&27850> 같은 좋은 일은 이것뿐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삶의 비결이 아닐까. 뿐만 아니라 이 일이 있은 뒤부터 그는 처음으로 한 개 사람으로 된 것 같은 자신까지 얻었다. /그 뒤부터 그의 얼굴에 조금씩 분도 발리게 되었다.""
 칠성문 밖 빈민굴 여인들은 가을이 되면 중국인의 채마밭에 몰래 들어가 감자며 고구마며 배추 등을 도둑질하여 오는데, 그러다가 들키면 그 밭의 주인인 중국인에게 몸을 허락한다. 젊고 얼굴이 반반한 복녀는 왕서방한테 들켜 몸을 허락한 후 지속적인 매매춘의 관계를 갖기 시작한다. 그리고 복녀 부부는 곧 그 칠성문 밖 빈민굴의 손꼽히는 부자로 부상한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고 했다. 대개의 우리의 어머니가 우리를 키울 때 진 자리 마른 자리 갈아 뉘셨듯이, 그리고 그대들이 그대들의 자녀들을 키울 때 그렇게 진 자리 마른 자리 갈아 뉘었듯이, 그대들도 그렇게 진 땅 마른 땅 가려 밟을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아니 길이 아니면 하늘이 무너져도, 목에 칼이 들어와도 절대로 그 길을 가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했을 때, 누가 이 여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단 말인가.
 하루 이틀 된 문제는 아니지만 요즈음 소위 주부들의 `탈선(脫線) 아르바이트""가 그 도를 넘어서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전부는 아닐 테지만, 소위 `노래방 도우미"", `전화방"", `화상대화방"" 등이 그것이다. 세상엔 공짜는 없다. 모든 일엔 다 그만한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다. 주부들마저 소위 3D 업종을 기피하는 바람에 식당 등에서는 아줌마들의 일손을 구할 수 없어 목하 고뇌 중이란다. 주부들이여, 그러나 그보다 더 혹독한 반인간적인 3D 업종이 또 있을 수 있을까. 내가 아는 아름답고 명랑한, 그 눈동자가 샛별 같은 막강한 한 부인은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한 달에 두 번 쉬며 그 뙤약볕에서 꼬박 일을 하면 약 70만원을 받았었다. 계산해 보니 한 시간에 약 2천5백원을 받는 셈이었다. 노래방 도우미는 한 시간에 2∼3만원을 받는다고 한다. 여기저기 몸을 주무르고 그 짧은 치마 속으로 손이 들어가기도 한다. 피차 합의가 되면 2차(여관)를 가기도 한다. 화상대화방이라는 곳은 더욱 더 참혹하다. 대개가 주부인 여자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눈 뒤 구멍으로 5만원을 밀어넣으면 여자는 자신의 벗은 몸을 보여준다. 마음에 들면 즉각 근처의 여관으로 가는데 화대는 약 30만원 정도란다. 커피 한 잔 값이 5천원, 만원 하는 곳도 있다. 거의 10배, 100배가 넘는 고소득의 유혹에 주부들은 속수무책으로 무력하다. 주부들을 매춘의 현장으로 내모는 사회는 가장 위험한 사회이다. 그리고 그것은 일차적으로 국가와 정부의 책임이다. 자녀 교육비를 벌기 위하여 등등 이유도 많겠지만 주부들이여, 제발 길이 아니면 가지 마라. 배추 한 포기 값이 얼마인지 아내한테 물어보기도 괜히 민망한 요즈음이다. 배추 한 포기 값은 대개 2천5백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