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만 체육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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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우니까 매운 음식 먹어야 해."
2018평창올림픽을 취재하고 있는 내·외신 기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는 아마 '진~~~짜 춥다'인듯 싶다. 스키 등 설상 종목 경기장이 들어선 평창은 평균 해발 700m의 산세를 지닌 곳이라 여름엔 시원하고 신선한 공기를 맘껏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피서 장소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겨울에 와보니 정말 살을 에는 듯한 추위, '칼바람이란게 이런거구나'란 생각이 절로 든다.
이번 겨울 역대 최강 한파가 우리나라에 몰려온 탓이 크겠지만, '대한민국 겨울이 추워봐야 얼마나 춥겠어'란 생각으로 평창에 온 각국 언론사 기자들의 방심도 한 몫 했을 것 같다. 우리나라가 겨울로 유명한 곳도 아닌데다, 국내 언론사 기자도 대부분 주로 도시에서 활동하다보니 산 속 평창의 추위를 각별하게 대비하는 데 큰 관심이 없었을 수도 있다.
실제,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만난 한 서양 기자가 미디어라운지에서 '뻘건' 제육덮밥(컵밥)을 인상쓰며 힘들게 먹고있길래 "맵지않느냐"고 물었더니 "정말 매워. 그렇지만 추울 때는 매운걸 먹어야 해"란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북유럽 스웨덴에서 왔다는 이 기자는 "며칠 전 평창에 도착해 올림픽을 취재하고 있다. 한국에 온 건 처음인데 너무 춥다. 겨울철 평균 영하 10도 정도인 스톡홀름보다 한국이 더 추울 것이라고는 정말 생각하지 못했다. 그나마 최근 며칠보다 오늘은 좀 나은 것 같은데, 평창 정말 춥다"며 제육덮밥이 담긴 컵을 깨끗하게 비웠다.
또 30년 이상 동계올림픽을 취재했다는 한 원로 독일 사진기자는 평창의 추위를 20년 전인 1988년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캐나다 캘거리와 비교했다. 이 기자는 "20년 전 캘러리 때 정말 추웠던 기억이 있는 데 이번 평창이 그렇다"며 혀를 내둘렀다. 캘거리는 캐나다 로키산맥 기슭, 해발고도 1048m의 평원지대에 위치한 도시로 위도가 북위 51도나 되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추운 곳이다. 스웨덴 스톡홀름도은 위도가 북위 59도로, 평창보다 한 참 북쪽에 위치한 도시다.
하지만 평창의 맹추위가 꼭 대회를 망치는 요인만은 아니다.
북위 37도에 불과한 평창이 이렇게 추울 줄 미처 몰랐던 이들에겐 이번 '맹추위'가, 대한민국과 평창을 오랫동안 추억으로 기억하게 만들, 또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올림픽 취재차 평창과 강릉을 왔다갔다 하고 있는 기자도 평창에 가서는 '우리나라가 이렇게 추운 곳이구나' 새삼 느끼고 있는 중이다.
하나 더. 이전까지 그렇게 춥던 날씨 때문에 보도자료까지 내 개막식 참석시 철저한 개인 방한대책을 주문하고, 또 방한용품을 준비해 나눠준 조직위원회의 노력덕분이었는지 다행히 9일 추위가 다소 누그러진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늘이 도왔다"고 했는 데, 기자 역시 격하게 공감했다. 남북한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입장하며 절정에 이른 '평화의 열기'가 평창의 추위를 잠시 막아섰을 것이라고, 비과학적이지만 나름 그럴듯한 이유도 찾으면서.
그러나 결국 11일 평창에는 다시 거센 칼바람과 냉동고 추위가 몰아쳤고, 이 때문에 이날 열릴 예정이던 알파인 등 일부 경기가 미뤄졌다.많은 내·외신 기자들은 다시 매운 음식을 찾을 것이다. 그 때 평화의 열기를 그리워하며. /평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