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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인

젊은 시절 언론사의 프랑스 특파원으로 발령을 받고 파리에 정착하는 데에는 어려운 점이 많았다. 아파트 임대료도 비쌌지만 생활에 필요한 가구들을 마련하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침대와 소파 그리고 식탁 같은 필수 가구들을 장만하기 위해 백화점 가구부를 여러 차례 드나들면서 값싸면서도 실용적인 필수가구들을 골랐지만 마음에 썩 내키지 않았던 기억이 새롭다. ▶전통적으로 프랑스의 가구시장은 루이왕조시대의 다양한 문양과 디자인을 바탕으로 고전적 분위기가 풍기는 것들이 주로 판매되고 있었다. 간결한 디자인에 현대식 주거환경에도 어울리는 간편한 가구들을 찾기가 힘들었다. 중고품 시장을 가보아도 대부분 고전풍의 가구들이 나와 있었기에 임대했던 아파트에 꼭 필요한 가구들을 마련하는 데 1년 이상 필요했었다. ▶1980년대 초 두 번째 프랑스 특파원으로 부임해서는 사정이 달라졌다. 아파트를 임대한 후 가구 마련을 고심하고 있었더니 프랑스 친지들은 파리 서쪽 베르사유 궁으로 가는 길에 있는 스웨덴의 종합가구센터에 가면 고민이 풀릴 것이라고 귀띔해 주었다. 파리시내 가구점들을 찾는 대신 스웨덴 가구센터에 가보니 널찍한 매장에 크고 작은 가구들이 수백 가지나 전시되어 있었다. 침실이나 거실용 가구뿐 아니라 주방이나 세면·목욕실 용품까지 없는 것이 없을 정도였다. 많은 가구들이 조립식으로 되어 있어서 운반하기도 편했을 뿐 아니라 가격도 의외로 저렴했다. ▶바로 이 스웨덴 종합가구센터가 이케아(IKEA)였다. 스웨덴에서 17세 때 잡화점을 시작한 잉바르·캄프라드씨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값비싼 가구를 구입하기 어려운 사정을 간파하고 품질 좋은 조립식 가구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그 후 이케아는 스웨덴뿐 아니라 유럽각지에 매장을 내 간결한 디자인과 합리적이 가격으로 오늘날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40여개국에 350개 매장을 거느리는 다국적 기업이 되었다. ▶캄프라드씨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가 되었지만 의복도 중고시장에서 사 입고 전철을 타고 출근하며 낡은 승용차를 몰면서 해외여행 때도 항공기 일반석을 이용하는 등 검약에 앞장서는 대표적 인물이기도 했다. 그러나 캄프라드재단을 설립해 자선활동을 하면서 유럽연합(EU)에도 매년 거액을 기부하며 베푸는 삶의 실천가였다. 질 좋고 눈에 띄는 디자인에 편리한 가구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하던 캄프라드씨가 지난달 91세로 세상을 떠났으나 이케아의 정신은 지속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