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까지 배달서비스 … 신간은 동네서점서 바로 빌려
▲ 연천군도서관의 '가가호호 책배달서비스' 담당 선생님이 연천군도서관에서 이용 회원이 인터넷으로 주문한 책을 직접 찾고 있다.
▲ 연천도서관 전경.
▲ 정명수 동백문고 대표가 용인시도서관의 '희망도서 바로대출 서비스'를 통해 책을 빌리러 온 고객에게 책을 전달하고 있다.

공공도서관이 달라졌다. 그동안 이용자는 보고 싶은 책을 빌리기 위해 도서관을 찾아가서 책을 직접 찾고 대출했다. 물론 반납도 직접 도서관에 와서 해야했다.이제 이용자는 집에서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원하는 책이 어느 도서관에 있는지 찾을 수 있게 됐다. 책 반납도 지역내 다른 도서관에서 할 수 있게 됐고, 심지어 지하철역에서 반납하기도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이를 가진 임산부나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은 택배로 책을 배달해준다. 최근 들어 한 지역 공공도서관은 책 배달 서비스를 일반 주민까지 확대했고, 대상을 다변화해 추천 서비스까지 실시하고 있다. 대도시권에서는 도서관에 없는 최신 서적을 가까운 동네서점에서 빨리 빌려 볼 수 있다. 책을 배달하기 시작한 공공도서관들은 이제 각종 프로그램을 통한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도서관은 사서들을 적극 활용해 주민을 불러 모아 교육하고 이들을 다시 지역 활동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이불 밖은 위험해!' … 공공도서관 전문 사서가 추천하는 책을 집에서 받아보자

'세 아이는 각각의 나이에 딱 맞는 책을, 엄마인 나에게 필요한 육아서적을 집에서 무료로 빌려볼 수 없을까.'
연천군 연천읍에 거주하는 세 아이의 엄마 정소은(35·여)씨는 아이들이 규칙적으로 다양한 책을 읽게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정씨는 자신이 책을 좋아하는 만큼 아이들에게도 책을 읽는 습관을 길러주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좋은 책을 읽으면서 바르게 성장했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정씨는 연천군의 연천도서관까지 택시를 타고 10~20분을 가야하는 부담이 상당했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도서관까지 아이들을 데려가기도 힘들지만 택시비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마침 연천도서관에서 영유아부터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맞는 책을 도서관 사서가 직접 골라 집까지 배달해준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바로 '가가호호 사서추천 책배달서비스'다.

6살, 4살, 2살 세 아이에게 각각 맞는 책을 대문에서 받아본다는 점에 연초에 신청자 접수가 시작되자마자 바로 인터넷에 접속해 배달서비스를 신청했다.

한번은 최근 유행하는 아이들을 위한 오디오 펜 서적을 방문한 선생님에게 제안하자 다음 책 배달 시에 받아볼 수도 있었다.

더욱 반가웠던 것은 정씨 자신도 책을 집에서 받아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정씨는 엄마가 되면서부터 자신의 독서보다 아이들의 독서를 우선시 했다.

그러다 엄마들의 모임인 한 온라인 카페에서 연천군도서관이 아이들뿐만 아니라 모든 군민을 대상으로 인터넷 신청을 통해 무료로 책을 배달해준다는 정보를 얻게 된 것이다.
영하 10도를 훌쩍 넘기는 연천에서는 따뜻한 집안에서 내가 보고 싶은 책을 받아본다는 것이 큰 기쁨이었다.
이날도 정씨는 육아서적 2권을 신청해 도서관 선생님이 전해준 책가방에서 책을 꺼내 보게 됐다.

반납은 2주안에 인터넷으로 회수신청을 하기만 하면 다시 도서관 선생님들이 찾아와 책을 가져가니 이제 편안하게 '독서모드'에 돌입하면 된다. 아이들은 아이들 각자의 책을 보고 있으니 온 가족이 독서삼매경이다.

▲'공공도서관+동네서점' … 전국으로 퍼진 책문화의 특급 콜라보레이션

정명수 동백문고 대표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손님들을 만나게 됐다. 바로 용인시 공공도서관을 이용하는 지역 아파트단지에 거주하는 주민이다.

어떻게 공공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는 주민이 동네서점에 나타났을까.

정 대표는 지난 2015년 용인시도서관으로부터 흥미로운 제의를 받게 됐다. 책 대금을 나중에 지불할 테니 도서관 회원들이 원하는 신간을 동네서점에서 우선 빌려주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믿어야할지 말지 고민이 앞섰지만 '희망도서 바로대출서비스'라는 용인시도서관의 새로운 시범 사업에 동참하기로 했다.

수지문고, 용인문고와 함께 시범적으로 참여한 정 대표는 도서정가제에 따라 90%의 가격으로 일반 고객에게 책을 판매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도서관에도 같은 90%에 책을 판매한다는 점에서 손해는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일반적으로 공공도서관에 책을 납품하기 위해 경쟁 입찰로 들어가면 동네서점은 가격을 많이 낮출 수 있는 대형서점이나 온라인서점과는 상대가 안됐다. 물론 서비스 초기에는 도서관에서 온라인 신청 서비스 시스템을 갖추기 전이라서 어려움이 있었고, 이용 대상자 수도 적어 큰 효과를 체감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올해 20개로 협약 동네서점이 늘어나고 바로대출 통합관리시스템까지 갖춰지면서 이용이 훨씬 편리해졌다.

도서관 회원이었다가 이제는 이곳 동백문고의 단골이 된 한 주민이 신간 서적을 신청하면 한 달이나 걸려 받아봤지만 이제 2~3일 만에 가까운 동네서점에서 빌려볼 수 있게 됐다고 기뻐하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던 한 가족의 아빠는 이곳 동백문고에서 책을 빌리러 아이들과 와서 아이들이 볼만한 책을 구입해가기도 했다.

희망도서 바로대출서비스는 연 매출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동백문고보다 작은규모의 한 서점에서는 40~50%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할 정도라는 이야기를 듣고 희망도서 바로대출서비스의 효과를 다시 확인하게 됐다.

정 대표는 올해도 이 서비스에 참여해 2월부터 11월까지 서비스할 계획이다.

/글·사진 최현호 기자 vadasz@incheonilbo.com



"도서관 복합문화공간 … 변화 중심엔 사서 역할 중요"

최진봉 수원문화재단 책문화부장

"미래의 도서관은 주민들이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 돼야하며, 사서들이 주민을 지역사회에 변화를 주는 민주사회 시민으로 성장시키는 공간으로 발전해야한다."
최진봉 수원문화재단 책문화부장은 1일 인천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도서관이 책을 빌려주는 차원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지역주민과 호흡해야 한다"며 "특히 사서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깨어있는 사서들을 통해 지역사회에 적극 참여하는 시민을 양성하고, 도서관의 위상을 지역사회에서 친근한 공간으로 바꾸는 역할을 해야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발길이 뜸해진 도서관에 주민을 다시 불러 들여 지역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도서관을 새로운 커뮤니티 거점으로 삼는 것이다.

또 전문 사서를 통한 교육과 프로그램으로 주민들의 도서관 이용을 활성화시킨다는 것이다.

최진봉 부장은 "최근 경기도내 시·군 공공도서관들이 지역주민에게 좀 더 능동적인 서비스를 추진하고 실행하게 된 것은 도서관 변화의 가장 보편적인 현상이다"라며 "이용자와 도서관을 연결하는 굉장히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에 대해 도서관들이 고민해온 결과가 나타난 고무적인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최 부장은 "최근 10년 사이에 도서관은 굉장히 많은 양적 성장을 거뒀다. 10년 전 전국에 400관이던 도서관이 현재는 1010관에 달한다. 2.5배에 달하는 성장"이라며 "이제 도서관들이 마냥 방문자를 기다릴 수만은 없게 된 것이다. 이용자 중심으로 사고를 바꾸고 이용자에게 감동을 주는 서비스를 만드는 현상이 일어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질적성장에 대한 고민도 이전부터 있어왔다. 이전에는 책을 배달한다는 생각을 하지도 못했다. 도서관이 책을 사람들에게 빌려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더 많이 읽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며 "나아가 깨어 있는 도서관은 이용자인 지역주민을 다시 도서관으로 불러들이는 운영을 시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수원문화재단 산하의 어린이도서관은 지역 주민 중 도서관과 지역사회 발전에 관심 있는 이들을 모아 직접 도서관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했다.

최 부장은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중요한 기능을 지역주민에게 열린 공간인 도서관에서 해내고 있는 것"이라며 "4월에 진행하는 '책읽는 부모학교' 프로그램은 지역주민 자원활동가들이 직접 운영하는데, 생후 6~18개월 아이들이 책을 읽는 시작점이 되게 한다. 도서관이 지역주민의 아이를 함께 키우는 역할까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호 기자 vadas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