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낙서에 페인트 칠까지

월미도 조각품 수난 거듭

 월미도 문화의 거리에 있는 조각품이 거듭 수난을 겪고 있다.

 온갖 낙서에 휩싸여 작품으로서 가치를 잃은 채 흉물스럽게 서있던 조각품이 최근에는 페인트로 덮여 답답한 모습을 하고 있다.

 문화의 거리에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청년상(청동), 엄마의 아기사랑을 표현한 상(석재)과 대형 닻(철재)이 서있다. 90년을 전후해 이곳에 세워진 이 작품들은 그러나 몰지각한 이들이 매직, 스프레이 페인트, 펜 등으로 해댄 낙서로 제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다. 빈 구석이 한 곳도 없을 만큼 작품은 수난을 겪었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욕설을 써놓았는가 하면, 받침대 부분에 새겨진 작가의 이름을 엉뚱한 이름으로 바꾸어 놓았다. 문화의 거리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이곳을 찾은 이들은 기분 내키는 대로 거리를 더럽히고 심지어 조각품까지 엉망으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문화의 거리에서 조각작품은 여러사람이 감상하는 대상으로써 존재가치를 잃었다.

 더욱이 2개월여전 월미도 문화의 거리 축제를 위해 관할구청인 중구청은 낙서를 없앤다는 이유로 조각품에 페인트칠을 해 문화애호가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미술작품이 대부분 그렇지만 특히 조각은 청동, 철 등 재질의 특징에 따라 이미지와 느낌이 달라지는 만큼 그 위에 도색을 할 경우 작품으로서 가치는 상실될 수밖에 없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녹이 슬거나 청동이 삭아가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며 작품의 연륜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도색을 하면 보기에는 깨끗할지 모르나 마치 얼굴에 비닐을 씌워 숨을 쉴 수 없게 만든 것처럼 답답하기 그지 없다. 중구청 토목계 관계자는 『처음에는 원형을 보존하면서 낙서만 지워보려고 했으나 그 과정에서 작품이 손상될 수 있다고 해 원래 색에 가장 가깝게 도색을 한 것』이라며 『다시 원형을 뜨는 방법 등이 있으나 예산이 많이 들어 청년상과 닻에는 칠을 하고 석재작품은 사포로 밀면서 낙서를 지웠다』고 말했다.

 기본적인 문화소양조차 갖추지 않은 이들의 몰지각한 행동으로 인해 그나마 이곳을 이름대로 문화의 거리이게 하는 몇몇 조각품이 결국은 페인트에 도색당하고, 쓰지 않아도 될 시민의 세금 2백여만원이 낭비되는 결과를 빚고 말았다. 〈손미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