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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의 세상바라기] '올해 관광도시 강화'와 고려건국 1100주년 
[김진국의 세상바라기] '올해 관광도시 강화'와 고려건국 1100주년 
  • 김진국
  • 승인 2018.01.02 00:05
  • 수정 2018.01.09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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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의로운 항전'을 위해 고려가 선택한 땅은 강화도였다. 세계인들이 몰려들어 교역하며 다양한 사상과 가치가 공존하는 '다원주의' 사회였던 고려. 금속활자로 책을 찍어내고 오묘한 빛이 흐르는 청자를 만들어내는 최고의 문명국. 그렇지만 한 번 휩쓸고 지나가면 개미새끼 한 마리도 살아남지 못 하는 몽골제국의 거침없는 진격 앞에서 고려는 종묘사직을 뒤로 한 채 떠나지 않을 수 없었다. 고려가 개경(개성)을 떠나 강화로 수도를 옮긴 '강화천도'는 고려라는 국가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고려가 강화도에 머문 39년의 기간을 '강도(江都)시기'라 불렀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232년~1270년, 고려는 세계문명사에 길이 남을 유산을 남긴다. '상정고금예문'이란 금속활자를 세계 최초로 발명했으며, 동아시아 불교지식을 집대성하고 목판인쇄술의 극치를 보여준 '팔만대장경'을 판각했다. 현재 고려왕릉을 비롯해 현재 남아 있는 고려시대 지정 문화재만도 26개에 이른다. 본격적인 지표조사나 발굴을 할 경우 어디에서 얼마만큼의 고려유물이 나올 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고려의 유물 만큼이나 강화천도의 중요한 의미는 '국가의 보존'이었다. 강도시기는 훗날 '조선-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한민족의 명맥을 잇는 중요한 기간이었다. 고려가 강화천도를 하지 않고 개경에 머물렀을 경우 고려의 운명이 어떻게 되었을지 아무도 모른다. 더욱이 중국까지 멸망한 터에. 전쟁에 지쳐 고려가 1270년 개경환도를 결정했을 때에도 고려는 복식풍속을 유지하는 등 고려국통을 온존히 지켜냈다. 우리의 조상이지만 정말 대단한 나라가 아닐 수 없다. 2018년 무술년, 고려건국 1100주년을 진지하게 바라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8 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된 강화도는 그 어느 때보다 들떠 있다. 안심수학여행, 종교문화여행, 자전거여행과 같은 테마여행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참가자를 기다리는 중이다. 강화읍 중앙시장 건물에 마련한 '강화 문화관광 플랫폼'에선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한 관광체험을 즐길 수 있다. 1960년대 천연 직물산업의 중심지였던만큼 신문리 일대 한옥에 소창 체험관도 문을 연다. 2월부터는 시티투어인 '타시겨 버스'와 외국인 버스자유여행상품인 'K-트래블 버스'도 강화섬을 누빈다.

여기에 맞물려 지난해 '강도(江都)의 꿈' 프로젝트를 계획한 인천시도 올해 야심찬 계획을 추진한다. 이 프로젝트는 쉽게 말해 강화 속의 고려역사 가치를 재조명해 위상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고려 역사유산의 재정비, 고려 궁지·팔만대장경 판당 조사연구 등이 구체적 방향이다. 눈에 띄는 것은 '고려역사문화단지 조성'이다. 강화도 안에 신도시를 조성해 강화읍에 사는 사람들을 이주시키고 고려의 옛 도읍을 복원한다는 프로젝트다.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군과 시의 장기적 의지와 군민·시민들의 동의만 얻는다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 '2018 올해의 관광도시' 선정과 '고려건국 1100주년'을 맞은 강화군과 인천시는 지금 강화도를 세계적 관광지로 조성한다는 핑크빛 로드맵으로 힘차게 새해를 시작하는 중이다.

세계적 관광지가 되기 위해선 브랜드가치를 먼저 높여야 한다. 도시브랜드가치를높이는데'스토리텔링'(Story telling)만큼 좋은 수단도 없다. 코펜하겐 인어공주 동상, 브뤼셀 오줌싸게동상, 터키 트로이목마와 같은 세계3대 허무관광지의 사례는 이를 잘 말해준다.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무신정권, 몽골제국과 무신정권 사이에서 왕권을 유지하려는 왕조, 몽골과의 화친에 반발하며 끝까지 저항하다 장렬하게 전사한 최정예부대 삼별초의 이야기 등 강화도엔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인 고려이야기가 염하처럼 흐르고 있다.

마침 교동연륙교에 이어 석모대교까지 놓이면서 강화도를 둘러싼 크고 작은 섬들이 대동맥처럼 하나로 이어진 상황이다. 강화본도는 물론이고 형제 섬까지 쉽게 오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셈이다. 그러다보니 요즘 주말엔 강화도에 들어가려면 보통 수도권에서도 서너 시간이 걸릴 정도다.
올해 강화 스토리텔링의 핵심은 '고려의 고도 강화'가 돼야 할 것이다. 2018년 올해 관광도시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내고 고려건국 1100주년의 의미도 제대로 기리는, 강화군과 인천시의 열정과 노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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