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 도발' 제재…석유제품 공급 90% 차단하고 원유 상한선 제시
'달러벌이' 北노동자 전원 1년내 귀국…北리병철·김정식 등 19명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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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2일(현지시간) 유류(油類) 공급을 바짝 옥죄는 신규 대북 제재결의안을 표결한다. 지난달 29일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화성-15형' 발사에 따른 조치다.

지난 9월 11일 채택된 제재결의 2375호를 통해 '유류 제재'의 길을 텄다면, 이번에는 한층 강도를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리는 이날 오후 1시(한국시간 23일 새벽 3시)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어 새 대북제재결의안을 표결에 부친다. 미국이 초안을 마련했으며, 15개 상임·비상임 이사국들에도 회람됐다.

주유엔 대표부의 박철주 차석대사도 '직접 당사국' 자격으로 참석해 우리 정부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결의안이 채택되려면 미국·중국·러시아·프랑스·영국 등 5개 상임이사국이 거부권(veto)을 행사하지 않는 상황에서 15개 상임·비상임 이사국 가운데 9개국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새 결의안이 채택되면 올해 들어서만 벌써 4번째 결의안에 해당한다.

북한의 1차 핵실험에 대응한 2006년 1718호를 시작으로 1874호(2009년), 2087호·2094호(2013년), 2270호·2321호(2016년), 2356호·2371호·2375호(2017년)에 이은 10번째 제재결의안이다.

새 결의안에는 석유 정제품 공급량을 연간 200만 배럴에서 50만 배럴로 줄이는 내용이 담겼다고 AFP·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앞서 제재결의 2375호에 따라 석유 제품 공급량은 450만 배럴에서 200만 배럴로 반 토막이 난 상태다. 당초 공급분 450만 배럴을 기준으로 보면, 거의 90%를 차단하는 셈이라고 외교당국자들은 설명했다.

북한 정권의 '생명줄'인 원유 공급에 대해서는 연간 400만 배럴의 상한선을 설정했다.

지난 9월 채택한 기존 제재안에서 대북 원유 공급을 현 수준에서 동결시킨 데 이어 이번에는 구체적인 상한을 설정한 것이다.

다만, 대북 원유 공급량이 정확히 얼마인지 공식 확인된 적 없는 상황에서 지금도 연간 400만 배럴가량이 공급되는 것으로 추정돼 이번 상한 설정이 실질적인 큰 효과는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 공급량 동결 수준으로 상한선을 설정한 것은 원유 공급 중단에 반대하는 중국의 의사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 이후 중국에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을 강하게 요구했지만 중국은 이에 대해 줄곧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결의안은 또 '달러벌이'를 위해 해외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을 12개월 내 귀국시키는 내용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노동자의 신규 노동 허가증 발급을 금지하고, 기존 계약에 따라 일하고 있는 노동자는 계약기간 만료시 이를 연장하지 못하도록 한 이전 결의에서 한발짝 더 나아간 것이다.

기존안에 따르면 이미 근로 계약이 체결된 북한 노동자는 계약 만료 시까지 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새 결의안이 채택되면 북한 노동자 파견 중단 시점이 앞당겨지는 효과가 기대된다.

현재 해외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는 9만3천명 가량으로 추정되며, 이들의 파견이 전면 중단되면 북한은 연간 5억달러(한화 약 5천400억원)의 외화 소득을 잃게 된다.

이밖에 산업기계 및 운송장비·산업용 금속 등의 대북 수출을 차단하고, 북한 인사 19명을 블랙리스트(제재 명단)에 추가해 이들의 해외 자산을 동결하고, 외국 여행을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19명 중 17명은 해외에 있는 북한은행 대표들이며 나머지 2명은 북한 미사일 개발의 주역으로 손꼽히는 노동당 군수공업부의 리병철 제1부부장과 김정식 부부장이다.

아울러 북한의 자금줄을 더욱 옥죄기 위해 식품이나 기계, 전자장비, 마그네사이트 마그네시아를 포함한 석재와 나무, 선박 등의 수출을 금지하는 내용도 있다.

해상 검색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미국은 북한 화물이 해상에서 불법으로 환적되고 있다면서 10개 선박의 블랙리스트 추가를 안보리에 요청한 상태다.

이번 제재결의 논의는 속도전으로 진행됐다.

미국은 지난주 새로운 제재결의안 초안을 중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지난달 29일 ICBM 도발을 감행한 것을 감안하면 2주 안팎 시차가 있는 셈이다.

새로운 제재결의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도 불과 이틀 전이다.

이같은 결의안 초안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통상 미국이 중국과 합의하기 전 나머지 상임·비상임 이사국들에 초안을 건네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이 동의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미국은 최종안을 나머지 회원국들에게 회람시키기 전 중국과 협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소식통은 "미국이 별도의 독자 제재안을 제시하면서 중국을 압박했고, 중국으로서는 '안보리 제재'가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중국 측에 주요 금융기관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제재결의 논의와는 별개로, 북한 화물을 불법선적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블랙리스트'에 추가해달라는 미국의 요청에는 중국이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은 선박 10척을 지목하면서 21일 오후까지 블랙리스트에 올려달라고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요청했다. 이에 중국은 "더 시간을 갖고 논의해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블랙리스트 추가 여부는 오는 28일께 다시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되면, 유엔 회원국의 항구에는 입항할 수 없게 된다.

안보리는 지난 10월 북한산 석탄을 실어 나른 선박 4척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