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회진 사회부 기자
아이들은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인천 어린이집에서 또 아동 학대 의심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달 중구 영종도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두 살배기 아이를 학대했다면서 부모가 경찰에 신고했다. 아동학대 의심 사건이 일어나자 사건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가장 먼저 들고 일어난 것은 영종 지역 학부모들이었다. 마치 자신의 아이가, 지인의 자녀가 아동 학대를 당한 것처럼 분노했다.
아동 학대 의심 사고가 접수된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도 않아 지역 주민들은 피켓을 들고 추운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아동 학대를 의심 받는 어린이집 주변에서 '차지 마세요, 물건이 아니에요. 아이들을 사랑으로 안아주고 지켜주세요.'라는 피켓을 들고 섰다. 1인 릴레이 시위 형식으로 한 학부모가 떠난 자리에는 또 다른 주민이 자리를 채웠다.

그 곳에서 만난 한 주민은 마치 제 자식 일처럼 이번 일에 대해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현재 중학생인 자신의 아이가 어렸을 때 비슷한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나의 아이를 보고, 이번에 아동 학대를 당한 아이가 얼마나 힘들지를 알기 때문에 고통스러웠다면서 한 손에는 피켓을, 또 다른 손으론 눈물을 훔쳤다.
내년이면 둘째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 또 다른 학부모도 비슷했다. 아동 학대 정황이 담긴 CCTV 영상을 볼 때마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다고 했다. 취재가 끝나 돌아온 후, 그는 자신이 우느라 경황이 없어 이야기를 잘 전달하지 못한 것 같다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장문의 문자를 보내왔다. 문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우리는 피해자와 관계도 없고, 각자 직업도, 연령도, 성별도 다양합니다. 하지만 엄마로서 참을 수가 없어서 나서게 됐습니다. 다시는 이런 불상사가 발생하지 말아야 하고, 해당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는 즉시 공개 사과를 해야합니다. 죗값을 치르고 나오길 바랍니다. '

지역 주민들은 1인 릴레이 시위에 이어 촛불 시위도 준비하고 있다. 공공영역에서 우리 아이를 지켜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이들을 거리로 내몬 것이다. 2015년 1월 송도 어린이집 사고 이후 3년이 지난 현재 전국에선 아동 학대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제라도 아동 학대 근절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지자체의 책임감을 높여 우리의 아이들이 상처를 받지 않도록 돌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