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광복 이후 인천 최초의 민간신문 '대중일보'(大衆日報). 그 신문의 창간일이 10월7일이었다. 인천언론인들은 매년 '대중일보 창간기념 행사'를 가졌다. 올해 기념식을 치르지 못 한 것은 추석연휴가 워낙 길었기 때문이다.

인천은 수년 전부터 대중일보를 둘러싼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대중일보 논쟁은 경기지역에 본사를 둔 K사가 '대중일보 지령을 승계한다'며 창간일을 변경하고 지령을 끌어올리면서 시작됐다. 비밀리에 제작한 핵실험을 하듯 K사가 느닷없이 발표한 대중일보 승계발표를 보며 인천지역 시민들과 언론계는 처음에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곧 심각한 역사왜곡과 순수하지 못한 의도를 간파했다. 가장 먼저 들고 일어선 것은 30여곳의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이었다. 인천지역 언론사들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사실 그 다음이었다. 대중일보는 수원이 아닌 인천시 중구 중앙동에 본사를 두고 발행하다 군사정권에 의해 '강제폐간'된 신문이었기 때문이다.

K사의 주장 역시 1973년 인천·경기지역에서 박정희 군부정권에 의해 자행된 '언론통폐합'에 근거한 것이었다. 통폐합 당시 인천엔 대중일보의 후신인 '경기매일신문'과 1966년 창간한 '경기일보'가 발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군사정권의 강제 언론통폐합 정책에 따라 수원에서 발행하던 '연합신문'에 흡수된다. 연합신문의 후신인 K사는 이를 근거로 지령승계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말이 통폐합이지, 인천에선 신문발행이 완전히 중지됐으므로 종간이었고 폐간이었다. 강제통폐합 이후 인천은 언로가 완전히 막혀 '언론자율화'가 시행된 1988년까지 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 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 하는 암흑의 터널을 지나야 했다.

인천의 거대언론 2개사가 수원의 작은 언론에 통폐합 될 수밖에 없었던 건 당시 박정희 군부정권의 정치공작에 기인한 것이었다. 강제폐간이란 근거는 경기매일신문과 경기신문 기자들의 대량 해직에서도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언론통폐합은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전두환 군사정권 때 자행됐다. 그 때마다 반대하거나 저항하던 기자들은 가차 없이 제거됐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들이 거리로 쫓겨난 사태가 과연 정당한 것인가. K사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려면 당시 언론통폐합이 언론사간 자율적 합병이었어야 했다. 만약 자율적 합병이라고 했더라도 통폐합할 당시 대중일보 지령 승계를 천명했어야 했다.

또 하나. 대중일보 지령을 승계할 자격을 갖추려면 학계의 정확한 비정과 1973년 당시 해직기자 가족들의 동의, 지역사회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언론통폐합은 쿠데타로 집권한 세력에 의해 강제적으로 자행된 명백한 언론탄압이었다. 따라서 정당성이 없다. 통폐합되면서 일자리를 잃었던 해직기자 유족들은 고통스런 삶을 살아야 했고, 집안이 풍비박산난 경우마저 있었다. K사의 대중일보 지령승계 선언 이후 해직기자 유족들이 명예훼손 소송을 거론한 것도, 인천지역 시민단체와 신문·방송·인터넷 언론들이 지령승계철회를 강력히 촉구해오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인천언론인들도 떳떳하지만은 않다. K사의 주장 전까지 대중일보 역사를 간과한 것은 잘못이었다. 그렇지만 기자가 속한 신문사를 포함해 인천언론인들은 강조할 수 밖에 없다. 대중일보는 인천이나 경기, 그 어느 지역에서도 특정 언론사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역사를 제대로 기록해야 할 언론인들이 아전인수의 궤변으로 인천언론 역사를 왜곡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언론 역사를 전공한 J학자조차 "대중일보는 그 성격상 그 어느 언론사의 소유가 될 수 없는 인천의 독립언론"이라고 규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에서 대중일보 문제가 특정언론사 대 특정언론사 간 싸움으로 비쳐지는 것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다. 그렇다. 대중일보는 인천을 연고로 한 독립언론일 뿐 그 누구의 소유도 될 수 없는 인천의 자산이고 우리나라 언론사의 소중한 유산이다.

매년 대중일보 창간일이 올 때마다 기자는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같은 직종에서 일하고 있는 선후배, 동료들을 비판해야 하고 동일한 주장을 반복해야 한다. 그렇지만 아닌 건 아닌 것이다. 이 문제가 올바로 정립되기 전까지, 인천지역 시민단체와 언론인, 학계·시민들의 문제제기는 끝나지 않을 터이다. 대중일보를 놓고 인천·경기지역 언론인들과 전문가, 인천시민·경기도민이 참여하는 대토론회를 열어 매듭을 짓는 것도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는 방안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