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 맞는 개선책이 우선
교육부 주도적으로 나서야

 춘향전을 모르는 고등학생이 있다. 월매와 뺑덕어미를 구분하지 못한다.
 이야기를 해보라고 했더니 심청전과 춘향전이 뒤섞여 새로운 이야기가 전개된다.
 정부는 지식강국을 주창하며 학생들의 머리 속에 신지식을 넣기 위해 애를 쓴다지만 학생들의 현실은 어떤지, 그 새로운 지식의 내용이 무엇인지 분명히 해주지 않는다.
 교실마다 인터넷이 들어간 세계 최초의 국가라는 자찬과 서울대 학생의 영어실력이 교도소 재소자보다 못하다는 비아냥거림이 공존한다.
 교육의 갈피를 잡고 새로운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일은 이미 여러 번 실패했으니 묘책을 찾지 말고 제발 좀 가만히 내버려두자는 주장도 있다.
 학교를 둘러싼 무성한 교육 담론이 이렇게 힘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동안 단기간에 눈에 띄는 성과를 보려고 학교를 몰아치는 일이 반복돼 왔다.
 하지만 늘 빠져 있는 핵심은 학생이다. 학생들을 위해 교육적으로 배려해 줄 수 있는 현실 가능한 일이 무엇인지 찾아 그 일부터 해결하는 일은 이상스럽게 뒷전에 내몰려 있다. 학생들이 원하는 일은 대단히 많다. 두발 자율화, 복지공간 확대, 동아리활동, 자치활동 보장, 시설 현대화 등등.
 지금의 학생들은 영상매체에 사고의 주동성을 넘겨주고 감각에 의존해 생각한다. 당연히 즉자적이고 감각적이다. 다양한 생각과 깊이의 훈련이 학교교육의 주 내용이 돼야 한다.다.
 더욱이 학교에는 학생들을 위한 별다른 공간이 없다. 가서 쉴 수 있으면서 무언의 교육이 되는 공간으로 학교도서관을 만들 필요가 있다.
 온라인 정보검색과 오프라인의 도서가 함께 있는 공간, 잡지와 신문, 음악이 있는 작은 공간으로 시작해 학교도서관을 살려 낸 사례가 늘고 있다.
 이제는 정책적으로 학교도서관을 교육분야의 으뜸 의제로 만들고 지원해 나갈 때다. 학교에 학생들이 머물 수 있는 교육적 공간을 살리자는 취지보다 더 타당한 우선 순위는 없다.
 학교도서관만들기를 위해 많은 이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 교육부가 대답하고 주도적으로 나설 차례다.
〈임병구·인천기계공고 교사〉
학생들의 공간으로 돌려줄 때가 됐고 그 일활자매체는 판단의 주동성이 독자에게 있지만 영상은 시청자를 흡수한다.  학교를 푸르게 하는 일, 교실여건을 개선하는 일, 자치를 위한 물리적 공간을 확대하는 일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교육적으로 학생들에게 접근하는 일의 으뜸은 학생들의 학교내 공간확보의 문제다.
 그 중에서도 왜 하필 학교도서관일까?
교실외에 갈 곳은 운동장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