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교육공간 만들기""
百年大計로 준비하자

일선 학교 설득부터 시작 1년만에 `성과""
활성화 위한 법적·제도적 대안모색 절실

 범주(9·수원초 2년)는 요즘 학교생활이 무척 재미있다.
 학교도서실에 가면 보고 싶었던 책들이 여기저기 꽂혀 있을 뿐 아니라 사서 선생님이 친절하게 하나하나 설명해주는가 하면 컴퓨터로 책을 찾는 것도 도와주기 때문이다. 거의 매일 점심시간이나 방과후면 도서관을 찾고 있다.
 연천에서 전학온 윤덕(9·화서초 2년)이는 가장 좋은 점을 묻는 질문에 서슴없이 `학교도서관""을 꼽는다.
 먼저 다니던 학교는 도서관이 변변치 않았으나 전학온 새 학교에는 넓은 도서관에 책도 많아 보고 싶은 책을 마음대로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이 모두가 수원여성회를 비롯한 시민단체가 주축이 돼 지난 99년부터 학교도서관살리기운동(경기도좋은학교도서관만들기·추진위원장·한옥자)을 벌이면서 변화된 모습이다.
 감시와 견제뿐 아니라 적절한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시민단체의 중요한 역할이다.
 지방자치제도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면서 시민단체에게 요구되는 가장 큰 기능은 어쩌면 대안제시일지도 모른다.
 아직 지자제가 완전히 정착되지 못해 교육, 경찰 등 시민 삶과 직접적 관계가 있는 주요 기능이 중앙통제 상태를 못 벗어나고 있지만 지금 경기도 전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학교도서관살리기운동은 지역 교육문제에 발벗고 나선 시민단체에 지방정부가 호응해 성과를 거둔 좋은 성공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국내 처음인 이 사업은 수원여성회 등 3개 지역 시민단체가 IMF상황에서 일자리도 창출하고 평소 숙원 사업이었던 학교도서관을 활성화하자는 두 가지 취지에서 시작했다.
 이 사업을 처음 수원시에 제안하고 실무자로 참여했던 류명화씨(경기도좋은학교도서관만들기추진위원회 사무국장)는 “처음에 각 학교를 찾아다니며 학교도서관 정비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이 사업을 함께 하자고 설득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불과 1년이 지나자 너무 많은 학교가 신청을 하는 바람에 오히려 선정하는데 고민할 만큼 짧은 기간에 큰 성과를 낸 사업이었다고 평가한다.
 특히 사업이 이렇게까지 활성화되는 데에는 시민단체의 정책제안을 경기도가 받아들여 예산지원을 한 것이 큰 힘이 됐다.
 현재 도는 사서파견비 15억원과 자원봉사제도 활성화 지원비 3억원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 지원을 통해 현재 도 전역 132개교에 사서를 파견, 학교도서관을 정비·활성화시키고 또 자원봉사자 교육을 통해 도서관에 주민들이 관심을 갖도록 하는 운동이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학교도서관살리기국민연대 한상완 상임대표(연세대학교 교수)는 “도가 전국 처음으로 학교도서관을 위해 예산을 지원한 것은 높게 평가할 일이며 향후 학교도서관사에도 남게 될 것”이라며 이 사업을 토대로 우리나라 학교도서관이 제대로 서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는 18일에는 사업수행 1년 평가와 향후 방향을 모색하는 심포지엄이 열린다.
 이날 행사에서는 학교도서관 활성화를 위한 법적·제도적 대안 모색과 함께 학교도서관<&05855>리기기사업 방향에 대한 논의가 있을 예정이다.
 한옥자 경기도좋은학교도서관만들기추진위원장은 “당장 내년 예산확보가 걱정이며 제도화되기 전까지 도가 안정적으로 예산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며 “지금도 사서파견을 요구하는 학교 요청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가 큰 숙제인데 이 또한 예산이 수반되는 문제로 도의 지속적 관심과 지원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훈삼·수원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