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장애등급 없는 3명 국제대회 예선 탈락 … 자부담 출전 선수들 되레 국위선양
국제장애등급이 없는 선수 일부를 국가대표로 발탁하는 등 공정성 논란의 중심에 섰던 대한장애인탁구협회를 향한 탁구계 안팎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인천일보 6월13일자 19면>

최근 중국 베이징 국제대회에서 국가대표들이 엉뚱한 체급에 출전해 줄줄이 예선 탈락하는 등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3일 대한장애인탁구협회와 선수 등에 따르면 지난 8월23일부터 31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17 중국 아시아지역선수권대회'에 국제장애등급 없이 출전한 국가대표 남녀 3명 모두 예선 탈락했다.

국제등급은 공인된 국제등급분류사를 통해 부여되지만 이들 3명은 지난해 12월 국제등급이 없는 신분에서 국가대표에 발탁돼 자격 논란이 일었다.

또 협회가 국내 대회 1년 치 랭킹점수를 합산해 국가대표를 발탁해오던 선발 방식을 단 1경기로 뽑는 새로운 규정을 적용, 랭킹1위 선수들이 컨디션 난조 등으로 줄줄이 탈락하면서 큰 반발을 불렀다.

협회는 이들이 베이징 대회 직전 현지에서 국제장애등급을 받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장담했었다.

하지만 협회 장담과 달리 남자 단식 10체급 국가대표로 나선 선수는 중국 현지에서 국제장애등급이 9체급을 부여받았고, 9체급 국가대표 선수는 10체급으로 뒤바뀌는 등 큰 혼란을 초래했다.

국제장애등급 없이 국가대표에 발탁됐던 남자 2개 체급과 여자 1개 체급 선수 3명 모두 예선 탈락했다.

결국 협회는 국제출전 자격이 없는 3명을 발탁하고 8개월 동안 국비 등을 보조해주면서 국가대표 자격을 유지하도록 했지만 초라한 성적만을 남겼다.

오히려 자부담으로 출전한 선수 3명이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획득하면서 국위를 선양했다. 국가대표가 아니라는 이유로 감독과 코치 없이 '나 홀로 게임'으로 예선을 치렀다. 특히 중국의 아성을 무너뜨리지 못한 체급이었던 남자 단식 9체급(TT9)에서는 자부담으로 출전한 경기도 대표 신승원 선수가 국제대회 사상 첫 동메달을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다.

자부담 출전 선수들은 "항공료 등 장애인에게는 큰돈인 200여 만원을 자부담으로 내고 출전했는데, 감독과 코치 없이 게임에 나서니 너무 서럽더라. 코치의 전략과 조언이 승패를 가를 만큼 매우 중요하다"며 "감독 등 협회 관계자에게 항의하니 그제야 코치를 배정해줬다"고 토로했다.

협회 임원은 "3차 경기결과로 발탁하는 방안 등 국가대표 선발규정을 손질하고 있다"며 "이번 베이징대회에서 불거진 국제장애등급, 나 홀로 게임 문제 등 전반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박세준 대한장애인탁구협회장은 "국가대표 선발과정 논란 등을 살펴보겠다"며 "앞으로 장애인 탁구선수를 위한 협회 운영이 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베이징대회에는 국가대표에 발탁된 남녀 26명과 자부담으로 출전한 국가대표 탈락자 등 14명을 합해 40명이 장애등급(TT1~11) 남녀 22체급 단식과 복식에 출전, 금메달 9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10개를 따내며 중국에 이어 종합 2위를 차지했다.

/정재석 기자 fugoo@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