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내 앞길을 가로막고 `이 시대 이 땅에서 가장 절박하고 시급한 현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없이 `국체 보존의 문제""라고 대답할 것이다. 혹자는 이런 나의 문제 제기에 대해 `그 무슨 불순하고도 위험한 발상이냐""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의 서푼 같은 `지식인으로서의 양식""을 내걸고라도 나는 소리내어 말하려 한다. `지금이야말로 시급히 국가의 지속성을 염려해야 할 때다""라고.
 지금 대한민국의 국체가 흔들리는 것은 정치지도자들의 애국심이 결여된 때문이다. 애국심의 결여는 국가의식 내지는 국가개념의 혼돈에서 기인한다. 일반 국민은 태어날 때부터 정서적으로 애국자가 되어있는 법이다. 그러한 본능적인 애국심을 거름으로 삼아 이 나라는 오천년의 역사를 꾸려온 것이다. 그러나 그 역사가 지나온 길목을 되짚어 보면 너무나 가혹한 국민적 고통과 희생을 강요당한 적이 많았다. 지금도 우리의 생생한 시선 속에 남아있는 6·25의 상흔은 그 중 하나의 증거인 것이다.
 인간은 어떤 경우라도 태어나면서 자신의 부모를 임의로 선택할 수 없는 법이다. 마찬가지로 국가 역시 생명의 탄생과 함께 주어지는 것이지 결코 선택의 대상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나를 낳아준 부모가 아무리 못났어도 그 존재의미를 부정할 수 없듯이 태어난 나라가 아무리 시시하고 불편해도 원천적 부정이 불가한 것이다. 실로 진정한 애국심이란 본능적이고 자발적인 것으로 `부모에 대한 효심""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여 `국가성""이란 단순히 그 나라에서 태어난 특정인에게 지리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이미 특정인의 인격성 자체를 결정하는 선천적 조건(숙명적 유전인자)이 된다는 것이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공간에는 일정한 경계선이 없다. 그러나 국가에는 일정한 테두리. 즉 그 국가성을 보장해주는 국경이 요구되는 것이며, 국경의 유지가 곧 국가보위(국체보존)의 노력과도 직결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 선박의 영해 침범 허용은 국체 보존의 의지를 포기한 행위이다. 최근의 북한 선박이 영해를 무단 침범했던 사실과 이에 대처한 정부의 태도에 대해 여러 말들이 많지만, 한마디로 규정하면 `사회적 관심""(정치적 고려) 때문에 `국가적 책무""를 내 던진 행위이다. 북한은 본래 사회성의 구현을 이념으로 삼고 출발한 사회주의 국가이다. 사회주의 정권이 갖는 근본적인 맹점은 ""사회정의 구현""을 인간의 기본 가치로 전면에 내세운 결과, 인간 생명성의 공간적 근거가 되는 상위개념으로서의 국가성을 부정. 외면하게 되어, 끝내는 `국가해체, 역사단절, 전통부정""의 과오를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그런 북한이 어느새 한민족의 정통적 주체로 나서고 있고, 남한의 정치 지도자들은 애써 이를 방관 내지는 외면하고 있으니, `국체보존의 심각한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는 필자의 시선을 과연 공허한 기우라고 치부할 것인가?
 지도자는 국민의 생각을 질서있게 계도해 주어야 한다. 과거의 모순적 경험과 현재의 이해적 갈등. 그리고 미래의 공동선을 함께 염두에 두고 그 사이에서 방황하는 국민의 혼란스런 상념들을 가지런히 정리해주고 위무해 주어야 한다. 과거의 역사적 의미에 대하여 아무것도 정리되지 않은 정서적 혼돈 속에서, 대역죄인 김일성은 어느새 통일의 주역 김정일 장군으로 변해버렸고, 주적 개념에 대한 전방 정훈 장교의 한마디 설명도 없이 여의도에서는 `무책임한 정치적 논쟁만""이 뜨겁다. 선하고 순진한 백성들은 어떻게 애국하는 마음 자세를 가져야 하는 것인가? 그냥 아무 생각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면 된다는 것인가?
〈송재국·pcjadmin@pcj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