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품.석물 등 손괴 행위 처벌해 달라"
세종대왕의 딸 정안옹주(이정안·貞安翁主)와 사위 심안의(부마·沈安義)의 분묘 2기가 종중 동의 없이 이장된 것과 관련해 자손들이 분묘를 발굴한 건설업체를 경찰에 고소했다. <인천일보 8월24·25일자 1면>

29일 남양주경찰서 등에 따르면 사위 심안의의 직계손인 청송 심씨 종중은 29일 '청송심씨청성위파종회' 회장 명의로 남양주경찰서에 고소장을 냈다.

종중은 고소장에서 인천의 A건설업체가 지난 6월30일 새벽 5시쯤 정안옹주와 심안의 분묘 2기를 종중의 동의 없이 임의로 발굴해 분묘 안에 있던 유해, 유품과 석물 등을 손괴한 행위를 처벌해 달라고 했다.

종중 총무(심안의 17대손)는 분묘개장 당일 현장을 찾아 '종중에서 관리하는 분묘이니 발굴을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10여명의 건장한 청년들에게 가로막혀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종중은 건설업체 관계자가 땅 주인이라며 막아선 부분도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종중은 또 고소장에서 경찰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내비쳤다.

실제 경찰은 분묘 발굴 논란 과정에서 종중 관계자로부터 112신고를 받고 개장 17일 전인 6월13일, 당일인 6월30일 두 차례 현장 출동했다. 또 관할 파출소에 개장 전날인 6월29일 A건설업체 관계자의 방문 기록이 있다.

종중 총무는 고소장에서 "분묘 발굴 현장에서 112신고를 해 경찰관들이 도착했으나 건설업체가 보여준 서류를 보고는 '당사자끼리 알아서 하라'며 발길을 돌렸다"고 했다. 이어 현장에서 건설업체 관계자에게 '개장신고증명서' 등 관련 서류를 보여 달라고 하자, 경찰관은 '오남읍사무소에 알아보라'고만 했다고 주장했다.

종중 총무는 "개장 직후인 7월6일 같은 내용으로 A건설업체를 고소했지만, 경찰이 건설업체에게 위임해 준 분묘개장 신청자의 인적사항 등이 미비하다면서 반려했다"며 "분묘개장 신청자의 인적사항을 파악하느라 두 달 가까이 애가 탔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장을 접수하고 오남읍사무소에 확인한 결과 분묘개장신청서가 정상 발급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불고불리의 원칙'에 따라 건설업체가 아닌 분묘개장을 신청한 사람의 인적사항이 없어 '임시 반려'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어 "고소사건의 경우 임시 반려되더라도 경찰의 '킥스' 시스템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유사하게 임시 반려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건설업체의 파출소 사전 방문은 작업 전 '종중을 내세워 금전을 요구하는 사람이 있다'는 설명을 위해 들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안옹주와 심안의 분묘 2기는 550년 넘게 남양주시 오남읍 양지리의 한 임야에 있었으나, 지난 6월30일 토지 소유주들로부터 위임장을 받은 A건설업체에 의해 포천시 회현면 명덕리로 옮겨져 합장 이장됐다.

/장학인·정재석 기자 fugoo@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