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은 고려가 건국한지 1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인천이 고려건국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은 고려왕조가 강화도를 39년 간 수도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 기간 인류의 제1정보혁명인 세계최초의 금속활자가 발명되는 등 빛나는 문화유산이 쏟아져 나왔다.

인천시는 지난 4월 '강도(江都·강화가 고려시대 수도였을 때 이름)의 꿈' 프로젝트를 전격 발표했다. 인천의 고려역사 위상을 높이고 가치를 재조명하겠다는 명분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인천이 마땅히 추진해야 하고 바람직한 계획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3조원이 넘는 예산과 30년이라는 장기계획으로 짜여져 있어 실현가능성에 다소의 회의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인천의 강도의 꿈 프로젝트는 과연 실현 가능성이 있는 것일까. ▶관련 인터뷰 2면

시가 발표한 내용은 5대 분야 20개 프로젝트로 짜여졌다. 고려궁궐재건활용, 고려기록유산 활용, 강화역사건조물 활용, 강화역사유적가치 창조, 고려건국 1100주년 기념사업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각 분야별로 세부사업계획 20개<표>를 세웠다.

시는 우선 내년'고려상정고금예문을 찾아라' 다큐멘터리와 고려강도 미니어처 제작, 전시관 조성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는 강화가 1232~1270년 39년 간 고려의 수도였고 몽골제국과 항쟁을 벌이면서도 세계최초의 금속활자와 팔만대장경, 고려청자 등 인류사에 빛나는 문명을 이룩한 곳임에도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저평가돼 있기 때문이다. 시는 이 때문에 강화도를 경주, 부여, 공주, 익산와 같이 우리민족의 정치·문화적 역사자산이 숨쉬고 있는 고도로 만들어 정체성을 되찾겠다는 구상이다.

시의 계획은 상당한 명분이 있고, 내용 또한 바람직해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3조804억원에 이르는 예산을 어떻게 조달할 것이냐다. 사업의 중심축은 강화도 안에 신도시를 조성해 4대문 안 사람들을 모두 이주시키고, 고려의 옛 도읍을 복원하는 고려역사문화단지를 2045년까지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시는 우선 내년 본예산에 다큐 제작과 미니어처제작 사업을 담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차츰 예산을 늘려가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예산과 기간이 만만치 않아 사업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특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업이 중단되는 관행을 볼 때 이 계획은 한 장의 핑크빛 청사진으로만 남을 가능성도 크다. 강화군민들의 동의를 얻는 것도 작은 문제가 아니다.

강화군민들은 현재 수도권정비법, 문화재보호법과 같은 법을 '악법'으로 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고도로 지정할 경우 재산권 행사에 더 큰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단정하고 있다. 결국 강도의 꿈 프로젝트는 꿈으로만 끝나거나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업이 성공하려면 예산의 확보, 정권을 떠나 하나의 목표를 바라보는 철학과 책임, 여론의 확보가 선결과제라 할 수 있다.

/글·사진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