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이탈한 뒤 남한의 연예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유명세를 얻었던 탈북자 방송인 임지현(전혜성) 씨가 북으로 돌아갔다는 소식은 우리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자진입북설부터 유인설, 간첩설 등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무엇이 진실인지는 확인하기 쉽지 않다. 임 씨는 북한 선전매체에 출연해 "돈으로 좌우되는 남조선에서 육체,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고, 방송에서 "시키는 대로 악랄하게 공화국을 비방하고 헐뜯었지만, 써준 대본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돈 40만원 벌기가 쉬운 줄 아느냐는 말도 들었다"고 전했다. 남북한을 오가며 상대를 비방하는 임 씨를 바라보며 어쩔 수 없는 배신감이 들었고, 다른 하나는 자유가 아무리 좋아도 가족을 버리고 다른 체제를 선택해서 홀로 산다는 어려움이었다. 관련기사와 논문들을 살펴보니 현재까지 탈북했다가 재입북해 북한선전방송에 등장한 사례는 모두 25건에 달했다. 방송에 등장하지 않은 인물들을 포함하면 더 있을 것이다.

우리와 비슷한 분단국가였던 독일의 경우는 어땠을까? 서독은 1963년부터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1989년까지 대략 3만5000명의 동독 정치범을 서독으로 이주시켰다. 정치범이라고 하지만, 그들은 심각한 정치투쟁을 벌인 사람들이 아니라 서독으로 탈출하려다가 잡힌 평범한 이들이 대다수였다. 서독 정부는 동독 정부에게 1인당 대략 11만 마르크, 우리 돈으로 6천여만원을 지불하고 이들을 데려왔다. '자유를 산다'는 의미에서 '프라이카우프(freikauf)'라고 불린 이 제도는 우리 국회에서도 종종 대정부 질문의 단골 레퍼토리로 등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색된 현재의 남북한 분위기는 물론 여러 가지 이유에서 우리가 이 제도를 도입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독일에서 이 제도가 안착되고 확대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제도를 통해 서독으로 넘어온 이탈 동독 주민들이 동독을 비난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지켜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북한이탈 주민들을 '먼저 온 통일 미래의 꿈'이라고 부른다. 그 꿈을 지키려면 이들을 체제 선전과 비방에 동원하기보다 지금보다 더욱 섬세한 지원과 보살핌이 필요하다.

/황해문화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