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 아래 뭐가 있는 줄 알면 기절할 걸? 우리가 매일 처리하던 냄새나고 더러운 쓰레기가 파묻혀 있는 곳이 여기야. 쓰레기를 매립한 땅이다 그 말씀이지. 겉으로 보기엔 전혀 모르겠지? 꽃이라도 피어봐라. 땅 밑에 수천t의 쓰레기가 깔려 있을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하겠냐? 생각한다고 해도 그게 믿기기나 하겠나."
아침에 아저씨 차를 타고 올 때 줄지어 지나가던 트럭들이 떠올랐다. 모두 쓰레기를 실은 차량이었다. 땅 밑에 쓰레기가 깔리고 땅 위는 한들한들 흔들리는 질서와 조화가 자란다. -양진채 단편소설 <아직, 코스모스>중에서

아이스커피를 마실 때마다 늘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어떻게 해야 하나 망설여졌다. 매장에서 마시게 될 경우에는 그나마 남은 음료나 얼음을 버리고 재활용분리수거 통에 버리면 되었다. 그러나 음료를 밖으로 가지고 나올 경우 처리가 곤란했다. 전철역 재활용 쓰레기통에 버리려는데 얼음이나 음료가 남아 있어 처치 곤란한 적도 많았다. 한때 일회용 컵 대신에 텀블러나 보틀을 사용하자는 운동도 있었지만 한 여름에는 그것조차 쉽지 않다.

어쩌다 천원샵에 가게 되면 온통 플라스틱 제품을 보게 된다. 생활에 필요한 것들도 있고, 아이디어 상품들도 많다. 싼 값에 살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그러나 싸게 산 물건들은 금방 버려진다. 또 꼭 그게 아니어도, 조금 불편해도 얼마든지 실생활에 어려움이 없는데 조금 더 편하자고 몇 천원을 쓰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그로 인해 발생하는 쓰레기 양이다. 비 올 때 실내에 들어가며 빗물이 흐르지 않게 우산을 넣는 비닐 사용량도 어마어마하다는 뉴스가 있었다. 매년 일회용품 사용량이 늘고 있다.

인천은 쓰레기매립지를 가지고 있다. 그 대가로 쓰레기를 매립한 그 위에 국화니 코스모스니 온갖 꽃들을 심어 며칠 간 축제를 연다. 쓰레기 위에 피운 꽃이다. 인간만이 쓰레기를 만들어낸다. 재활용품마저도 재활용되는 비율이 아주 낮다. 이 지구의 순환을 망치는 인간들에게 몸살을 앓는 지구가 공격을 하지는 않을까 무섭다. 우리는 폭우와 폭염 사이를 넘나드는 기후 앞에 서 있다. 과연 기우일까.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