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등 사회적 약자
90% 이상 감경 처분
수원에 사는 A(77·여)씨는 지난 4월13일 오후 7시쯤 집 근처 마트에서 1만2000원 상당의 조미료를 훔쳤다가 경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A씨가 고령이고 치매 환자인 점 등을 고려해 즉결심판에 회부하기에 앞서 경미범죄심사위원회를 개최해 A씨를 훈방 조치했다.

안성에 사는 B(67·환경미화원)씨도 지난 5월19일 낮 12시쯤 한 빌라 주차장에있던 1만원 상당의 화분을 가져갔다가 경찰에 적발됐지만 경미범죄심사위를 통해 훈방 조치됐다.

경찰이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를 구제하는 경미범죄심사위를 열어, 대상자 10명 중 9명 이상을 감경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경미범죄심사위에 회부된 피의자는 모두 760명으로, 이 가운데 728명(95.8%)이 감경처분을 받았다.

형사입건 대상인 610명 중 584명은 즉결심판 대상으로 감경됐고, 즉결심판 대상150명 중 144명은 훈방 조치됐다.

즉결심판은 20만원 이하의 벌금·과료나 30일 미만 구류에 해당하는 경미한 위법행위에 대해 경찰서장이 청구해 처벌하는 제도다.

경미범죄심사 대상자는 지난해 상반기 206명에서 올 상반기 760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경미범죄심사위는 각 경찰서 서장이 위원장을 맡고 경찰 내외부 인사 등 5∼7명으로 구성된다.

위원회는 사안이 경미하고, 피의자가 고령이거나 장애인,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 사회적 약자인 경우 재범 우려 여부 등을 고려해 감경 여부를 결정한다.

경찰 관계자는 "경미범죄심사 제도는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는 판단에서 피의자를 구제하기 위한 제도"라며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법 집행이 될 수 있도록 경미범죄심사위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재석 기자 fugoo@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