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이 도시 아무 집에나 들어가 앨범을 찾아 펼쳐보면 이 유원지(송도유원지)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은 나올 정도로 유명한 곳이었다. 이 도시의 개항기 역사에도 등장하는 유원지였다. - 양진채 소설 <허니문 카>중에서

연안부두 해양광장에 있는 어린이 물놀이터가 무료 개장했다는 소식이다. 2015년부터 문을 열었다니 벌써 2년이 된 셈이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장소도 널찍하고 놀이시설과 그늘막도 있어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은 모양이다. 뭐니 뭐니 해도 여름엔 물놀이다. 아이들에겐 말이다. 바다를 끼고 있는 인천은 개항기부터 물놀이 유원지로 유명했다. 100년전 월미도 유원지는 지금 봐도 손색이 없을 만큼 좋은 시설로 여름이면 서울에서 행락객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또 송도유원지는 어떤가. 월미도 유원지가 물놀이 위주였다면 송도유원지는 인천시민이면 누구나 가봤을 정도, 집에 송도유원지에서 찍은 사진 한 장 없는 사람들이 없을 정도로 사랑받은 유원지였다. 해수욕장뿐만 아니라 낚시터, 보트장, 방갈로, 텐트촌, 놀이시설 등을 갖추고 있었다. 송도유원지는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수도권의 바닷가 유원지로 명성을 날렸다. 여름이면 가족끼리, 연인끼리, 직장동료들끼리 부담 없이 놀러가 삼겹살을 구워먹고 물놀이를 즐겼던 곳이다

개항기의 월미도 유원지도, 송도유원지도 모두 매립되거나 사라졌다. 인천시민들은 여름에 어디로 물놀이를 가는지. 부산 해운대나 동해안 쪽으로 피서를 가는지. 물론 아직도 을왕리해수욕장이나 왕산해수욕장이 있기도 하지만 웬일인지 그 옛날 누렸던 월미도 유원지나 송도유원지의 맛은 아닌듯하다. 바다를 지척에 두고도 멀리 피서를 떠나는 사람들이 더 많고, 누구나 가봤을 법한 곳이라는 데는 쉽게 수긍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시민에게 열린 바다, 미래 세대를 위한 해양친수도시'를 내세우며 해양친수도시 조성계획을 하고 있지만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안이 부족해 보인다. 인천은 누가 뭐래도 바다의 도시이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바다와 너무 멀어져 있다. 도심에서 바닷물을 만져볼 곳이 없다. 월미도와 송도유원지가 누렸던 영화를 꿈꾸며, 자랑할 만한, 언제든 바다가 보고 싶으면 볼 수 있는, 그야말로 해양친수도시를 꿈꿔본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