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언으로 알려진 말들 가운데에는 종종 사실 여부가 불명확한 이야기들이 많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볼테르는 "당신 말에 찬성하지 않지만, 당신이 그렇게 말할 권리를 위해 싸울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야기들이 그럴싸하게 퍼진 까닭은 그들의 삶과 밀접한 개연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내용도 실화인지 알 수 없다. 왜냐하면 어떤 글에선 영국의 극작가 노엘 카워드의 이야기로 전해지고, 또 다른 이야기에선 마크 트웨인, 또 어떤 이는 조지 버나드 쇼의 일화로 기억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쩌면 국적도, 세대도 다른 이 세 사람 모두 자기 친구들에게 똑같은 장난을 쳤을지 모른다. 이들은 어느 날 저명인사 친구 20명에게 속달 우편을 보냈다. 편지의 내용은 "모조리 들통 났으니 될 수 있는 한 빨리 피하라"였다. 그러자 편지를 받은 친구들 전원이 잠적했더라는 것이다.

인수위도 꾸리지 못하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인사청문회가 난항을 겪고 있다. 이번에 추천된 인사들 역시 청문회 때마다 단골로 튀어나오는 '위장전입'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과거에는 관행이나 통념으로 수용되고 이해되었던 일이라도 오늘의 관점으로 새롭게 환기하고 비판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만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정부에서 문제가 되었던 것과 같은 항목이므로 이에 대해 문제 삼는 것을 잘못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로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여론조사로 발표된 국민 다수의 의견은 죄질의 경중을 따질 때, 낙마할 정도는 아니라고 여기는 듯하다. 청문회에 참가한 의원들에게 문자폭탄을 보내 항의하는 것은 너무 앞서나간 일이라고 치더라도 소셜 미디어에서는 국회의원들도 똑같은 논리로 일일이 검증해보자는 목소리가 크다. "모조리 들통 났으니 빨리 피하라"는 장난 편지에 움찔할 국회의원은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이참에 부동산 투기나 자녀들의 명문고 진학을 위한 위장전입이 아닌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조항의 개선 역시 필요해 보인다.

/황해문화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