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은 천재 못지않게 유난히 바보들을 사랑한다. 한국근현대사에 3명의 큰 바보들이 있었다. 우선 스스로를 '바보새'라 불렀던 함석헌(咸錫憲, 1901~1989) 선생이 있다. 그는 일제강점기 하에서만 4번의 옥고를 치렀다. 그런 당신은 스스로를 신천옹(信天翁)에 빗대어 "마음은 푸른 하늘에 가 있으면서도 밥벌이를 할 줄 몰라 여든이 다 되어 오는 오늘날까지 친구들의 호의로 살아가니 그 아니 바보새입니까?"라고 했다. 그런가하면 '착하게 살다 복되게 죽는 게 삶의 바른 길(善生福終正路)'임을 몸소 보여주셨던 김수환(金壽煥, 1922~2009) 추기경도 생전에 늘 바보를 자임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당신을 일러 '하늘의 별이 된 거룩한 바보'라고 추앙한다. 그리고 오늘 8주기를 맞이한 바보 노무현(盧武鉉, 1946~2009) 대통령이 있다.
'바보'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모자라서 바보 소리를 듣는 사람이 있고, 이기적 본성을 넘어 이웃을 위해, 공동체를 위해, 보편적 진리를 위해 세속적 이해를 초탈하고 스스로를 희생하는 사람을 일러 바보라고 한다.
앞의 함석헌, 김수환 두 분은 세속을 초월한 종교인이었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세속의 정치인이었다. 죽음 앞에서 그 사람에 대한 평가가 관대해지기도 하지만, 반대로 가혹해지기도 하는 법이다.
생전에는 비판의 대상이었던 노무현이지만, 죽음 이후 많은 이들로 하여금 우리가 처한 현실의 벽을,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죽음이 끝이 아니란 것을 바보들이 알려준다.
/황해문화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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