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피하고 싶었으나 결국 독일과의 전쟁을 막을 수 없게 된 조지 6세는 1939년 9월3일, 국민 앞에서 다가오는 전쟁의 참화와 고통에 대해 진심어린 연설을 행했다. 그의 눌변은 비록 히틀러의 달변에 비교할 수 없었지만, 조지 6세의 진정어린 호소는 국민을 하나로 단합시키고 설득하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그는 국민과 함께 할 것이란 약속을 지켰다. 조지 6세는 독일 공군의 공습이 거듭되는 동안, 버킹엄 궁을 지키며 국민과 함께 전쟁의 고통을 이겨냈다. 과연 우리 시대의 정치지도자에게 필요한 덕목이 달변일까?
명연설로 유명했던 케네디 대통령은 암살되기 한 달 전에 "대통령의 권한이 자주 언급되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대통령의 한계도 기억되었으면 한다"며 정책 실현의 한계에 대해 토로한 바 있다. 예로부터 지도자의 말에 대한 잣대가 무겁고, 때로 무섭게 요구되었던 까닭은 말한 만큼 실천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었다. 정치인의 말은 화려한 수사나 재치 있는 언변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으로 평가받는다. 대통령이 의도의 진정성, 상황 변화를 핑계 삼아 도망치거나 숨는다면 국민들은 믿지 않을 것이며, 정치에서 신뢰를 잃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말더듬이 국왕에게 친구 라이오넬은 이렇게 말했다. "그 자리에 가장 어울리는 사람은 그 자리의 어려움을 가장 많이 느끼는 사람이다." 오늘 우리가 그런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이길 바랄 뿐이다.
/황해문화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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