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이른바 창조산업(Creative Industry)의 메카로 불린다. 창조산업은 영국경제에서 가장 성공적이고 성장속도가 빠른 산업 중 하나로 그동안 영국하면 연상되던 산업혁명과 굴뚝산업의 나라, 여왕과 신사로 대변되는 칙칙하고 보수적인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젊고 활기찬 새로운 영국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이런 변화가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비록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전했지만 전후 영국의 분위기는 매우 침체되어 있었다. 바로 그 때 놀이터 운동가였던 앨런 남작 부인은 놀이터 바꾸기 운동을 시작했다. 새롭게 만든 놀이터를 본 사람들은 놀이터가 너무 위험하지 않냐고 비판했지만, 그녀는 "영혼이 부러지느니 차라리 다리가 부러지는 게 낫습니다. 다리는 언제든 고칠 수 있지만 영혼은 그렇지 못하니까요"라고 말했다. 나 역시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를 키우고 있기에 이 말에 동의하기란 쉽지 않다. 어느 부모가 놀이터에서 뛰어놀다 제 자식의 팔다리가 부러지길 바라겠는가? 그러나 오랫동안 놀이문화와 놀이시설을 연구해온 수전 G. 솔로몬은 <놀이의 과학>에서 위험한 놀이터를 주장하며 "오늘날의 놀이터는 의도하지 않았거나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여지는 물론이고 아이들이 함께 일할 기회도 주지 않는다"라고 현대식 놀이터를 비판한다.

오래전 놀이터는 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져 지내며 독립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최초의 장소였고, 상상력을 키우고,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을 학습하는 장소였지만, 오늘날 놀이터는 아이들에게 모험심도, 독립심도 키워줄 수 없는 곳이 되었다. 최근 인천시 동구청은 지난 10년여에 걸쳐 예술가, 주민, 어린이들이 합세해 만든 생태놀이시설을 기습 철거해 갔다. 이 놀이시설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창작산실지원사업'의 일부로 작가와 전문가들이 주민들과 함께 조성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동구청 관계자는 구와 협의 없이 설치된 불법 시설물이기 때문에 적법하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타 지역에선 찾아와 보고 배우려고 애쓰는 시설을 막상 그 지역에선 이토록 천대하니 인천이 문화융성으로 가는 길은 참으로 멀고도 험하다. /황해문화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