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한 개인의 책임감과 시대적 의무가 무엇인지 역설했던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의 제목은 성직자이자 시인이었던 존 던(John Donne, 1572~1631)의 <위급한 상황에서의 명상록>에 나오는 한 구절을 따온 것이다.

성공회 사제이자 훌륭한 설교자였던 존 던은 어린 시절부터 종종 목숨을 위협하는 병치레가 잦았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그 자신도 발진티푸스와 열병으로 사경을 헤매게 되었을 때(1623년), 존 던은 병상에 누워서도 매일 명상과 기도를 거듭하며 일지를 작성했다. 어느 날 그는 죽음을 예감하며 "지금 다른 사람을 위하여 나직이 울리는 이 장례의 종이 내게 이르되 너는 죽으리라"(명상 17)라고 읊조렸다. 다행히 그는 죽지 않았다.

지난 4월16일은 크리스트교 최고의 축일인 부활절이자 4·16 세월호 참사 3주기였다. 존 던은 죽음을 앞둔 병상에서 이렇게 적었다. "무슨 일이든 종이 울리면 귀 기울이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더욱이 이 세상으로부터 자기 자신의 한쪽을 떼 내어 가는 종소리에 귀를 막을 자 누구랴! 그 어떤 사람도 섬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대륙의 한 귀퉁이요, 물의 한 쪽이다. 흙 한 덩이가 바닷물에 씻겨나가면 땅은 그만큼 줄어든다." 4·16이다. 더할, 뺄 말도 없이 이 날은 우리 역사가 존재하는 한 앞으로도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이 날까지 우리는 모두 섬이었다. 이 날의 고통과 슬픔을 거치며 우리는 간신히 섬과 섬 사이에 길을 낼 수 있었다. 그날 이후 누구도 더 이상 섬이길 원치 않게 되었다. 그러나 이 길은 여전히 단속적(斷續的)이다. 존 던은 이렇게 말했다. "그 누구도 멀리 떨어진 곳에 홀로 있는 섬이 아니다. 우리를 새롭게 할 힘을 위해 우리는 모두 신에게 간구하노라. 내가 세상의 형제를 도울 때 우리는 우애의 씨앗을 심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아는 한 그것은 결코 죽지 않으리니." 더 이상 누구도 구원을 기다리는 이를 홀로 외롭게 죽게 하지 말라는 것이 4·16이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일 것이다.

/황해문화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