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어나 가리라, 지금, 이니스프리로 가리라/ 거기 욋가지 엮어 진흙 바른 작은 오두막을 짓고/ 아홉 이랑 콩밭과 꿀벌통 하나/ 꿀벌 소리 요란스런 그 숲 속에서 홀로 살아가리// 그 곳에서 나는 얼마간의 평화를 느끼리라/ 평화는 천천히 내리는 것/ (중략)'-예이츠 <이니스프리 호수섬>
일요일에 인천역에 올 일이 생겼다. 경인선의 종점인 인천역에 다다르자 안내가 나왔다. "이번 역은 우리 열차의 마지막 역인 '인천차이나타운역'입니다." 아니, 인천역이 언제 인천차이나타운역으로 바뀌었단 말인가. 안내뿐만 아니라 인천역사 건물 외벽에도 차이나타운이 명시돼 있었다.

인천역은 한국 철도 최초이자 최고의 시·종착 역이라 할 수 있으며 수인선과의 환승역이자 경인선의 얼마 없는 화물 취급역이다. 쉽게 '최초이자 최고의 시·종착역'이란 말을 썼지만 그 안에는 개항 때부터 어마어마한 인천 역사가 살아 숨 쉬고 있었음을 모르지 않을 텐데 저렇게 역 명이 바뀐 사정을 알 수가 없다.
서울역을 서울남산역이니, 서울광화문역이니 부르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역, 역사가 묻어 있는 역을 이렇게 졸렬하게 바꿔버린 예가 또 있는지 궁금하다.

인천역 주변에는 잠깐만 생각해도 한국근대문학관도 있고, 자유공원도 있고, 월미도도 있다. 인천역을 인천차이나타운역이라고 바꾸면서 스스로의 공간을 차이나타운이라고 협소하게 한정지어버렸다. 장소만 협소해진 것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까지 포기해버린 셈이다.

어떤 2유로에는 단테의 얼굴이 새겨져 있을 정도로 유럽에서 단테의 위상은 높다. 패키지여행 코스에 단테 생가가 포함되어 있어 가봤다. 생가 터 말고 달리 치장한 아무것도 없었다. 이니스프리호수를 찾았을 때도 호수가 전부였다. 인천역을 인천차이나타운역이라고 바꾼 발상은 어떻게든 단테 생가 터를 화려하게 복원하고, 박물관을 만들려고 했을 것이다.

이니스프리호수에는 예이츠의 시비니 동상이니 이런 걸 세우면서 말이다. 인천의 가치 재창조 운운하는 얘기들이 많은데 그 가치를 어떻게든 사람을 끌어들이고 돈을 벌어들이려는 데서 찾으면 안 된다.
인천역을 앞으로 제2공항철도로 인천국제공항까지 연결할 계획이 있다면 더더욱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아, 인천차이나타운역이라니!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