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의 북유럽 여행에서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 곳은 '바이킹박물관'이다. 노르웨이 오슬로 남서쪽 시골에 자리한 이 작은 박물관에는 바이킹 배 '오세베르크(발견된 지명)'호가 전시돼 있다. 9세기 때 피요르드 바닥에 가라앉은 것을 1904년 인양해 복원한 것이다. 평일 이른 시간임에도 관람객이 줄을 이었다. 그들은 오로지 그 날렵한 배 한척을 보기 위해 그 시골구석을 찾은 것이다. 2012년 인천 옹진군 영흥도 섬업벌 해역에서 나무 배 한척이 수중 발굴됐다. 이 선박은 8세기 무렵의 통일신라시대 배였다. '영흥도선(船)'으로 명명된 이 배는 우리나라에서 발굴된 무역선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이 배의 출현은 고려와 조선시대에 머물던 대한민국의 해양사와 항해술을 다시 쓰게끔 했다.

인천시는 2023년까지 월미도 갑문 매립지에 국립해양박물관을 건립하기 위한 '100만인 서명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인천에는 바다 콘텐츠가 차고 넘친다. 등대, 해양대학, 해수욕장 등은 우리나라 최초이며 지금의 아쿠아리움이라 할 수 있는 수족관도 인천에서 처음으로 개장했다. 해군사관학교 전신인 '조선수사해방학당'은 강화도에서 개교했으며 여기에 백범 김구가 강제 노역한 갑문, 세계 5대 갯벌 등 스토리는 버라이어티하다. 무엇보다 백령도 거타지 전설 등 인천 168개 섬은 저마다의 판타지를 품고 있다. 인천의 필살기는 또 있다. 인천국립해양박물관에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염전·소금 관련 콘텐츠를 개발해 전시하고 무엇보다 북한 지역 해양 특별관을 마련해보자. 인천만이 허리 잘린 이 바다를 하나로 이을 수 있다. 부산, 목포 등 다른 지역의 해양박물관과는 급이 다를 것이다.

'영흥도선'이 발견된 곳은 인천 앞바다인데, 그 배는 저 멀리 목포에 가 있다. 인천에 해양박물관이 없는 설움이다. 인천국립해양박물관이 건립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 배의 원형을 복원해 박물관의 킬러콘텐츠로 삼는 것이다. 바이킹 배 한척을 보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게 하는 오슬로처럼 만들어야 한다. 인천시는 지난해 '해양주권'을 선언했다. 주권은 시민 스스로 찾는 것이다. 유치 서명은 4월22일까지다.

/굿모닝인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