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우리 앞 뒤 글자를 바꾸어서 한번 말해 봅시다. 이를테면 충고는 고충이다,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충고는 고충일까. 듣는 쪽에서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이제 완전히 그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 있었다. 그래서 그가 유혹하는 대로 그의 언어 잡화상 속으로 끌려들어가 뒤죽박죽이 된 언어들을 이리저리 뒤적거려보기 시작했다. 기역으로 시작되는 판매대에 나는 서 있었다. 거기서 나는 충고와 고충의 경우처럼 글자를 바꿔놓아도 말이 되는 단어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잠시 후 단어 하나가 떠올랐다.
"군대는 대군이다, 말이 되나요?" -이외수의 소설 <들개>

뜻밖의 뉴스를 접했다. 서울 도심에 출몰한다는 들개 얘기였다. 10여년 전 재개발 단지 원주민들이 이사 가면서 버린 개들이 야생에서 살아남아 번식하고 개체수가 늘어나자 아파트 단지로까지 내려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때는 주인과 삶을 같이 했을 반려견들이 주인에게 버림받고 앙상한 몰골로 살아남았다.
주민들은 이 개들이 밤에도 짓고, 무리와 싸우며 소란을 피우기도 하고, 아이와 애완견들에게 덤벼들까봐 겁이 난다고 했다. 광견병에 대한 우려도 하고 있었다.

대구시에서는 이달부터 블루길, 배스, 가시박, 붉은귀거북 등 생태계교란 야생생물 퇴치활동을 실시한다고 밝히면서 야생 생물을 잡아오면 돈까지 지급하겠다고 나섰다. 언제부턴가 이들은 토종 생물을 마구 먹어치우고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주변 농민이나 어민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 이들은 일부는 애완용으로, 일부는 사업으로 들여왔다가 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몰리게 됐다. 그뿐인가. 4대강 사업으로 아름답던 강들은 심각한 생태계 파괴로 현재 녹조라떼라 불리는 녹조현상이 발생하고 어류가 폐사하는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들개는 들개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블루길이니 베스니, 붉은귀거북도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강물은 그저 흘러가고 싶었을 것이다. 순간의 잘못된 판단이나 정책, 인간의 이기심들이 어떻게 생태계를 파괴하고 어떠한 재앙을 불러오는지 똑똑히 보아야 한다. 삶을 책임진다는 것은, 어떤 정책을 수립한다는 것은 충고가 고충으로, 군대가 대군으로 앞뒤 말 바꾸는 놀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