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송현동 철로 변에서 태어나 스무 살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동네 바로 옆 인천제철(현 현대제철)에 고철과 석탄을 실어 나르는 화물 열차가 하루 두어 번 다녔다. 짐을 다 부리고 돌아가는 기차 꽁무니를 보며 미지의 세계를 꿈꿨다. '저걸 타면 어디 까지 갈 수 있을까.' 느리게 가는 기차를 올라타고 가다 화수부두 입구에서 내리곤 했다. 몇 번 시도했지만 늘 거기서 뛰어 내렸다. 영영 집에 돌아 올 수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보름 전 인천시립박물관 청년자원봉사자 일본 기타큐슈 답사프로그램에 동행했다. 그 중 큐슈철도기념박물관이 인상에 남는다. 본래 JR큐슈철도가 사용했던 건물을 그대로 활용해 2003년에 개관했다. 퇴역한 기관차들과 객차 그리고 옛 철도원 복장. 기차의 번호판, 승차권 등 철도와 관련된 다양한 오브제가 전시돼 있다. 이리저리 들러보며 순식간에 유년 시절로 돌아갔다.

얼마 전 국토부는 국립철도박물관 건립 공모를 했다. 부산, 대전, 의왕, 군산, 포항 등 전국의 16개 지역이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저마다 철도와의 인연을 끌어왔다. 인천이 볼 때는 '소소한' 연관일 뿐이다. '한국 철도의 본향' 인천은 일반철도는 물론 협궤철도, 산업철도. 그리고 미군 및 군용 수송철도까지 있었다. 다른 나라에서도 보기 드문 철도 장르를 고루 갖추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인천은 공모에 뛰어들지 않았다. 재정이 걸림돌이 됐을 것이다. '국립'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일본도 큐슈뿐만 아니라 교토, 나고야, 사이타마에 저마다의 개성을 지닌 철도박물관이 있다. 인천시는 복합역사로 개발할 인천역 역사(대합실)를 활용해보면 어떨까. 작지만 콘텐츠로 승부하면 된다. 아이들에겐 꿈을 어른들에겐 추억을 선사하는 것은 물론 인천 '정체성 찾기'와 '가치 재창조'에 이만한 소재는 없다.

본 칼럼을 송부하기 바로 직전, 인천역이 철거될 위기에 놓였다는 기사를 접했다. 지은 지 60년 밖에 되지 않아 역사적 가치가 없다는 게 논리다. 인천시민에게 그 60년은 600년 이상의 추억과 역사를 품고 있다. 공설운동장, 조일양조장, 선인체육관 등을 사라지게 한 반달리즘에 이제는 맞서야 한다.

/굿모닝인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