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역대 대통령 중에는 이상한 사람, 별난 사람도 많았지만 제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는 정말 모순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대외정책에서 팽창을 추구한 제국주의자였지만, 러일전쟁을 중재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고, 엄청난 사냥광이었지만 세계 최초로 국립공원 제도를 만들어 환경보호에 앞장섰다. 가장 모순적인 것은 그가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정책으로 재벌에게 인기가 좋았던 매킨리 대통령의 부통령이었다가 그가 암살당하는 바람에 대통령이 됐다는 것이다.

흔히 20세기를 '미국의 세기'라고 하는데, 그 20세기를 준비했던 대통령이 T.루스벨트였다. 20세기가 막 시작될 무렵 미국은 오늘날의 중국이 그러하듯 이미 영국을 대신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고 있었다. 당시 생산되던 공산품 가운데 절반을 미국이 생산해낼 정도였다. 문제는 당시 미국이 국가로서 갖춰야 할 많은 제도가 미비한 나라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시 미국은 소득세도 없고, 독점제한도 없고, 노동3권도 보장되지 않는 나라였다. 오늘날 카네기, 록펠러, J.P.모건 같은 이들은 자선과 복지의 대명사처럼 여겨지지만, 당시 미국 언론은 이들을 '강도귀족(Robber Barons)'이라 불렀다.

이들은 고도성장의 그늘 아래 경제력 집중과 빈부격차, 환경파괴 등 온갖 악덕을 저지르고 있었다. T.루스벨트 역시 이들이 제공한 정치 자금 덕분에 재선될 수 있었지만, 대통령이 된 뒤에는 입을 싹 씻고 강력한 재벌개혁과 규제정책을 추진했다.

이에 격분한 강철왕 헨리 프릭은 그를 가리켜 "우리가 저 개XX에게 먹이를 주었는데, 저놈이 우리 손을 물었다"고 말했다. 재벌 입장에서 보면 은혜도 모르는 인간이었던 대통령 덕분에 오랫동안 유명무실했던 독점금지법이 살아났고 '스탠더드오일'을 비롯한 재벌들을 해체해 미국의 경제구조를 개혁할 수 있었다. T.루스벨트는 "법 위에 사람 없고, 법아래 사람 없다.

우리가 어떤 사람에게 법에 복종하기를 요구할 때 우리는 그의 동의를 구하지 않는다. 법에 대한 복종은 권리로서 요구되는 것이지 특혜로서 부탁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던 진짜 보수였다.

/황해문화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