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명걸 시인 신작시 25편에 신경림·구중서作 더해 100편 수록
▲ <저희를 사랑하기에 내가> 황명걸 창비 200쪽, 1만2000원
1962년 <자유문학> 신인상에 '이 봄의 미아(迷兒)'가 당선되면서 시단에 등장한 이후 사회참여와 현실비판의 강력한 저항의 목소리로 1960~1970년대 한국 시단을 풍미한 황명걸 시인의 시선집 <저희를 사랑하기에 내가>(창비·200쪽)가 출간됐다.

시인의 오랜 벗 신경림 시인과 구중서 문학평론가가 첫 시집 <한국의 아이>(창작과비평사 1976), 두번째 시집 <내 마음의 솔밭>(창작과비평사 1996), 세번째 시집 <흰 저고리 검정 치마>(민음사 2004)에서 각 25편씩 가려 뽑은 것을 시인이 일일이 손을 보았고, 여기에 신작시 25편을 더하여 모두 100편의 시를 엮었다.

지난 54년간의 시적 성취와 시 세계의 변모를 한눈에 살펴보면서 "새삼 시란 무엇이며 시를 읽는 즐거움은 어데서 오는가라는 근원적인 문제를 생각"(신경림, 추천사)해보게 하는 의미가 담긴 시집이다.

'계집아이는 어미를 닮지 말고/사내아이는 아비를 닮지 말고/못사는 나라에 태어난 죄만으로/보다 더 뼛골이 부서지게 일을 해서/머지않아 네가 어른이 될 때에는/잘사는 나라를 이룩하도록 하여라/(…)/너무 외롭다고 해서/숙부라는 사람을 믿지 말고/외숙이라는 사람을 믿지 말고/그 누구도 믿지 마라/가지고 노는 돌멩이로/미운 놈의 이마빡을 깔 줄 알고/정교한 조각을 쫄 줄 알고/하나의 성을 쌓아올리도록 하여라/맑은 눈빛의 아이야/빛나는 눈빛의 아이야/불타는 눈빛의 아이야('한국의 아이' 부분)

제1부에는 "우리 민족의 삶과 가난과 슬픔과 역사와 미래가 응축"(구중서)된 시인의 대표작 '한국의 아이'를 비롯해 첫 시집 <한국의 아이들>에서 뽑은 시들을 실었다. 판금 조치라는 수난을 겪기도 한 이 시집에서 시인은 "이불 팔아 며칠/솥 팔아 몇끼/마지막 숟갈 팔아 한끼 연명하고는/지어미가 지새끼를/지아비가 지어미를/제가 제 목숨을 끊어 일가족 집단자살"('그날 호외는')하고 마는 암울한 사회와 민족분단 현실에 대한 강한 저항정신을 드러내는 한편, "신문사가 주인인 호텔엔/까맣게 높이 인부들이 매달려/값싼 임금에 유리창을 닦는"('서글픈 콘트라스트') 부조리한 현실의 실상을 비판적으로 그려낸다. 1만2000원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