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대통령
나는 세계의 정치현상을 비교하고 분석하는 정치학자이다. 그 가운데 선거, 정당, 의회, 대통령, 정치제도, 민주화 등을 다양한 맥락에서 서로 비교하여 설명하고 예측한다.

미국에서 학위를 취득했다. 그때 내가 대학을 다니면서 경험했던 1987년 민주화가 미국의 정치학계에서 제3의 민주화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는 것을 보고 짜릿했던 기억은 잊을 수 없다. 내가 바라는 대한민국은 이렇게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민주주의가 모범적으로 작동하고 경제가 번성하는 행복한 국가이다.

내가 바라는 대통령은 바로 이를 구현하기 위하여 앞장서서 국민의 존경을 얻는 사람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굴러가고 있다.

내가 미국의 유명한 정치학 저널에 논문을 게재할 때도 이용했던 프리덤 하우스의 '자유'와 관련된 점수에 따르면 1987년 민주화 이후 지속적으로 개선되어왔던 한국의 정치적 권리 분야에서 3년 전부터는 아연 후퇴가 이루어졌다.

독립기관으로서 미국 프리덤 하우스는 1974년부터 전 세계 국가의 정치적 권리와 시민적 자유에 대한 점수를 매겨오다 최근에는 언론의 자유도 비교하기 시작했는데 이 분야에서도 3년 전부터 한국의 점수가 낮아지기 시작했다.

다른 나라 정치학도들이 한국을 어떻게 평가할까 생각만 해도 얼굴이 후끈거리고 참담하기 그지없다.

특히 지난 4년 동안에는 실제로 사회의 많은 영역에서 자유가 침해되었다. 그간 한 번도 의심을 안 샀던 헌법재판소가 통진당 해산과 관련하여 청와대의 전화를 받았다는 증거도 나왔다.

이번에 청문회에서 대법원장의 일상이 사찰의 대상이었던 것까지 폭로된 것을 감안하면 검찰 및 경찰 등 사법부 전체의 독립성이 상당히 흔들렸던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한다고 시민은 벌금 또는 신체적 구금에 시달렸고 연예인은 출연하지 못하는 일이 이어졌다. 언론사 사장도 응징을 당했다는 말 다한 것이 아닌가.

다음 대통령도 취임하면서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선서할 것이다. 선거 때 공약은 경제여건이나 국제적 환경 때문에 못 지키는 일이 생긴다하더라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한 약속만이라도 지켜주면 좋겠다. 대통령이 헌법을 잘 지켜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첩경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30년이 되는 2017년 우리의 민주주의는 어떤 대통령과 파트너가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