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이란 말로도 부족한 한 해
좌절을 희망으로 바꿀 새 인물 필요
▲ 이완서(15)
▲ 이보리(27)
▲ 김명수(59)
▲ 박상현(53)
▲ 송명식(61)
▲ 김용순(81)
겨울은 어느 시절보다 매서웠다. '듣도 보도 못 했던' 국정농단에 모두가 아연실색했고, 들끓는 민심은 232만개의 촛불이 돼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누군가는 분노를 넘어 허탈과 절망을 느꼈다고 했다. 국민을 버린 대통령, 혼란 속에 당파의 이와 해를 저울질하기 바쁜 정치권은 '주권자'에게 자괴감을 안겼다. 국민들은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말로는 부족한 한 해를 보냈다. 그렇게 2017년 정유년(丁酉年)의 새로운 태양이 떠올랐다. 제19대 대통령 선거는 탄핵정국으로 인한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국민들이 거는 기대와 바람은 더욱 커졌다. 인천일보가 만난 시민 대다수는 '좌절'을 '희망'으로 바꿀 '우리의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경제·복지·교육분야에서 특히 바른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10대부터 80대, 학생부터 시장 상인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대통령', '새로운 사회'에 대한 평범한 이웃들의 열망을 들어봤다.

▲국민 목소리 귀 기울이는 진정한 리더
# 부평서여자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이완서(15)양은 '국민만을 위한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대통령은 강단 있는 사람으로 책임 있게 국가를 이끌어갈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면서도 "무엇보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를 전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태도를 지닌 진정한 리더자를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역사를 공부하고 있는 만큼 과거의 사례에서 배울 점을 찾아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완서 양은 "조선시대 탕평책을 펼쳤듯 정치인 한사람 한 사람이 국민을 대표하는 일꾼이란 생각으로 국정을 운영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18대 대통령 선거에 첫 투표권을 행사한 20대 청년의 절망감은 더욱 컸다. 한국 사회의 밑바닥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낸 사태에 대한 비판 조를 쏟아냈다.


# 학원 강사로 일하는 이보리(27)씨는 "모든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당연한 사실을 정치인들은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를 국정운영에 가장 기본으로 두고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사상 유례없는 국정농단 사태 속에서 힘들어하는 국민들에게 '아직 그래도 포기하기 이르다.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자긍심과 자존심을 살려줄 수 있는 든든한 대통령을 바란다"고 말했다.

▲경제·복지…피부 와닿는 정책 펴야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바람은 수십 년 전부터 오늘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 부평깡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김명수(59)씨는 "말로만 서민을 위한다 하지 말고 침체된 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한다"면서 "서민들이 마음 편히 웃고 살 수 있는 나라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또 "이번 사태를 통해 허수아비에 불과한 대통령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여실히 깨닫게 됐다"면서 "주권자인 국민을 진정으로 무서워할 수 있는 자세와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했다.

# 발달 장애인 자녀를 둔 박상현(53)씨는 국민의 행복을 위해서는 복지 정책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다가는 세상이 아닌, 아이를 두고 웃으면서 눈을 감을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면서 "장애인이 살기 편한 세상은 모든 이에게 행복한 세상이라고 믿는다. 그렇기 위해서는 장애인에게 특권인 권리가 보편적으로 보장되는 복지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제대로 된 사람을 뽑으면 나라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을 향한 진실함과 절실함이 있는 후보자를 대통령으로 뽑을 생각이다"라며 투표권 행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치 기득권 타파…바른 교육정책을
국민들이 바라는 건 간단했다. "지극히 정상적인 것." 국민들은 선진국민으로서 행복해질 수 있는 위치에 있는데 국가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 직장인 송명식(61)씨는 "온갖 감언이설과 기만하는 정책과 공약으로 정치를 하려는 사람들은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필요치 않다"면서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지도자는 이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허탈감을 느끼고 있는 국민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마음이 따뜻한 통합의 리더십을 가진 대통령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나라의 성장과정을 지켜본 80대 어르신은 국가 장래에 대한 걱정으로 단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했다. 흩어진 국력을 집결시킬 수 있는 리더십으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되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 김용순(81)옹은 "국민을 통합시킬 수 있는 대통령이 필요하다"면서 "희망이 보이는 곳에 국민의 삶의 가치와 행복이 있다. 국민들에게 희망의 빛이 보이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국가 백년대계의 성패는 교육에 달렸다. 교육이 잘못되면 사상누각과 같다"면서 "국민을 위한 바른 교육 정책을 펼 수 있는 바른 대통령을 원한다"며 교육의 중요성도 짚었다.

/곽안나 기자 lucete237@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