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작가들 첫 소설집 … 단편에 이 시대의 자화상 담다
▲ <은합을 열다> 구자인혜 인사이트브리즈 264쪽, 1만2000원
▲ <2번종점> 정이수 도화 262쪽, 1만3000원
[구자인혜 '은합을 열다' … 문화재단 창작기금 수상작 수록]

<은합을 열다>(인사이트브리즈·264쪽)는 '동서문학상'에서 금상을 수상한 구자인혜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10개의 단편을 모은 이 소설집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우리 시대 한 집안의 가장이 등장하고 사회에 편입하려 애쓰는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대표작인 '은합을 열다'에선 천 년 동안 닫혀 있던 비밀의 사리함을 둘러싸고 이야기가 전개된다. 사리함의 진위를 둘러싼 사건을 유물 발굴 건축가의 시선과 어려서 해외로 입양됐다 부모를 찾아온 한 젊은 여성의 시각이 교차한다.

'클라리넷'은 불임을 겪는 여성과 그녀의 육체적 문제를 넘어 정신적 문제까지 개입하는 산부인과 의사가 등장한다. '어머니의 정원'에선 지나간 시대를 사는 어머니와 현재 함께 사는 아내 사이에서 갈등하는 남편의 모습을 만난다. '숨비소리'는 유부남인 남자친구와 떠난 해외여행에서 남자가 떠난 뒤 혼자 남아 제주도 해녀인 어머니에게서 배운 숨비소리를 길거리에서 연주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한 여인의 이야기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현대인이 맞딱뜨리는 갖가지 형태의 불행에도 불구하고 그 삶이 공허하게 끝나지 않는다. 언제나 자신이 설 곳을 찾아내고야 만다.

출판사 관계자는 "소설을 읽다보면 끊임없이 자신을 이야기 속에 대입하게 될 것"이라며 "몰입의 끝에는 주인공이 발견하게 되는 진실한 삶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문화재단 창작기금 수상작을 수록했다. 1만2000원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


[정이수 '2번종점' … 등단작 '타임아웃' 등 10편 수록]
<2번종점>(도화·262쪽)은 정이수 소설가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등단작인 '타임아웃'을 비롯해 10편의 단편을 싣고 있다. 이 소설집은 인생의 종점에 서 있는 고단하고 가여운 사람들의 속내를 따뜻한 시선으로 보듬고 있다.

작가는 사람들의 속내를 담담하게, 그러나 속울음으로 울어내며 담백한 진정성을 드러낸다. 안개 속에서 사랑하는 남자를 잃어버리고 오랜 세월 가슴에 묻고 살아온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타임 아웃'은 인간이 얼마만큼이나 자신의 운명에 결박당한 존재인지 깨닫게 해 준다. 구제역 발생으로 기르던 돼지를 살처분 해야 하는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까망이'는 고통스러움 속에서도 우리가 삶을 지탱할 수 있는 근원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손바닥노트'는 말 하지 못 하고 듣지 못 하는 여자가 느끼는 장애의 고통을 '맨몸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바람 때문에 참담한 삶을 살다가 생을 마감한 남자의 이야기 '바람의 지도'는 고통의 극한 지대에서도 인간의 아픔으로 진행되는 남자의 현실이 공감의 자장 바깥에서 가슴을 찌른다.

'외딴집'에선 사고로 생물학적인 몸의 기능을 잃은 여자의 무력함과 그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모습을 묘사한다. 표제작인 '2번 종점'은 신분이 해체되고 가족이 붕괴한 사회적 유대의 공백인 달동네에서 살아가는 도시 난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소설가 김진초는 "작가 정이수는 상실 앞에 당황, 좌절, 자책하며 상실 이전의 기억을 퍼즐처럼 맞추는 소설을 한 상 차려냈다"고 평했다.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