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성적 부진하니 사표내라 해" 억울함 호소
도체육회 "최근 단체전 저조 … 충분히 얘기했다"
"펜싱팀 창단 멤버로 그동안 열과 성을 다해 제자들을 가르쳤다. 그런 노력으로 제자들이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감독직을 관두라고하니 너무 억울하고 잠도 오지않는다."

경기도체육회 이수길 펜싱감독은 "도체육회가 경기도 펜싱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다는 (저의) 자부심과 보람을 한순간에 뭉겠다"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도체육회가 펜싱감독을 해고 통보하자 제자들은 물론 지인들까지 나서서 억울한 사연을 호소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

30년 경력의 이 감독은 지난 2001년 경기도체육회 펜싱팀 창단과 동시에 코치로 들어와 현재 감독을 맡고 있다.

이 감독은 며칠 전 청천벽력과 같은 통보를 받았다.

경기도체육회 담당자가 이 감독을 불러 "성적이 너무 부진하니 3~4일 안에 사표를 제출하라"고 했다는 것. 당시에는 너무 황망해 '일주일만 시간을 달라'고 했지만 도체육회가 제시한 '성적 부진'이라는 이유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도체육회가 제시한 성적 부진의 이유에 대해 이 감독은 "말이 되지 않는다. 펜싱 창단 이듬해인 2002년에 제자인 현희 선수가 대한민국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땄다"면서 "이후 2014년 전국체전 단체전 3위, 2015년 전국체전에서는 개인전 2위, 올해 열린 전국체전에서도 개인전 3위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특히 2015년에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신현아 선수를 개인전 2위에 올렸고, 2016년엔 올림픽 출전 메달리스트들을 제치고 개인전 3위에 입상시키기도 했다.

이 감독은 "지난달 일본 도쿄에서 열린 U-23 아시아 펜싱선수권대회에서는 도체육회 소속으로 임주미 선수와 한국 여자에페 대표코치로 출전해 개인, 단체 1위에 입상시켰다. 성적부진의 이유로 사표를 제출하라고 하는 것이 너무 억울하다"고 심정을 전했다.

이런 억울한 사연을 듣고 이 감독의 제자인 김승섭 한국중·고펜싱연맹 이사(발안중 코치)가 나서 경기도청과 고용노동부, 대한체육회, 국가인권위 등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후 담당 과장이 9일 오전 이 감독을 다시 불렀다.

이 감독은 이날 "담당 과장이 '내가 언제 사표를 내라고 했나, 사표 내라고 말한 적 없지 않느냐'라면서 사표 내라는 말한 적 없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녹취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그 동안 도체육회에서 선수 스카우트 비용을 지원받지 못해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새내기 선수들을 열심히 지도해 각종 전국대회에서 입상하고 국가대표까지 배출했는데, 인정할 수 없는 '성적 부진'이라는 이유로 관두라고 하니 정말 억울하고 분통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도체육회 담당 과장은 "매년 평가를 실시하는데 전국체전 등 성적 뿐 아니라 리더십, 사회적책임성, 숙소·차량관리, 선수관리 등이 있다"면서 "규정상 펜싱종목은 개인전 위주 종목이 아닌 단체전 종목이다. 최근 5년 동안의 단체전 성적이 저조했다. 이 감독은 숙소와 차량관리 등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답했다.

이 과장은 갑자기 사표를 쓰라고 한 부분에 대해 "올해 3월과 6월, 9월 3번에 걸쳐 펜싱감독 뿐 아니라 체육회 소속 감독들 모두에게 앞으로 계약에 있어 달라지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충분히 얘기한 부분이다"고 말했다.

/정재수 기자 jjs3885@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