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상의 즐거움> 정민나 문학세계사 118쪽, 8000원
정민나 시인이 세 번째 시집 <협상의 즐거움>(문학세계사·118쪽)을 펴냈다.

이 시집의 주요 코드는 '상실'이다. 잃어버리는 일, 없어지거나 사라지는 일을 뜻하는 '상실'이란 단어를 접하면 우리는 '무엇을?'이란 질문을 갖게 된다.

정민나는 이에 대해 시인이 상실한 것은 고향이라고 답한다. 시인은 그러나 자신이 말하는 상실은 없어지거나 사라지는 상실이 아니라 '잃어버린 것을 나타내는 상실이라고 강변한다. 분단 지역처럼 갈 수 없거나 수몰 지역처럼 먼발치에서 바라만 봐야 하는 절대적 상실이 아닌, 개발로 인한 상실이기 때문다. 따라서 생각의 전환을 통해 충분히 치유가 가능하다. 바다가 메워지고 마을엔 유리 박물관이 이방인처럼 들어왔지만 그곳도 또 다른 옷을 입고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고향일 뿐인 것이다. 시인은 그래서 상실의 아픔을 노래하지 않는다. 상실의 배후, 상실의 과정, 상실의 결과로 인한 파괴를 저주하거나 증오하지 않고, 복원의 의미로써 과거 지향적인 인식을 갖는 생태학적 노래도 부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어쩔 수 없는 일이군하고 상실 자체를 인정하는 허무주의적 태도도 보이지 않는다. 8000원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