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섭 국회의원 (부평구갑·새누리당 인천시당 위원장)
지난 주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를 끝냈다. 그나마 국회파행으로 인해 일주일은 감사에 참여하지도 못했다. 처음 국회의원이 될 때 지역구민에게 약속한대로 당파싸움 안하고 민생을 챙기겠다는 마음으로 일하려고 하지만 돌아가는 국회상황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지금 우리에게 급한 것은 경제다. 국민들이 가장 원하는 것도 경제 좀 활성화시켜 장사 좀 잘 되게 해 주고, 일자리 좀 많이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국회의원도, 기업인도, 공무원도, 언론도 이구동성으로 한국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성장은 정체되고 수출은 곤두박질치며 청년실업율은 10%, 가계부채는 1300조원에 이르고 주력산업은 흔들리고 있다. 민간으로부터 규제완화, 제도 선진화, 신속한 구조조정을 해달라는 요구는 빗발치고 있다.
일본에서는 젊은이들을 기업에서 입도선매하고 청년들이 어느 기업에 갈까 고민한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해외 나갔던 기업들이 유턴하면서 제조업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한다. 온통 부러운 뉴스뿐이다. 일본처럼 미국처럼 되려면 조속히 입법을 마련해주고, 그에 따른 정책을 빨리 시행해야 한다고 많은 학자들이 조언하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 유일의 입법기관인 국회는 정상적인 작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제출한 경제활성화법은 2년째 묵혀 있고, 20대 국회는 출범 후 단 한 개의 법안도 처리하지 않았다. 일종의 태업이다. 내가 만난 국회의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한국경제가 침몰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이심전심으로 공감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엉뚱한데 힘을 쏟고 싸우고 있다.

현행 국회시스템은 국회가 돌아갈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국회선진화법 이후 여야간에 시각이 다른 법안은 제대로 국회를 통과할 수가 없다. 여야간에 경제활성화 해법이 달라 어떤 법도 제·개정되기 힘들게 생겼다. 다시 말해 한국경제를 살릴 방법이 없다는 거다. 큰일이다.

이제 대통령 선거가 1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회의 관심은 내년 권력쟁탈전에 쏠리고 있다. 여야는 작은 문제에 천착해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서로의 약점잡기와 폭로에 연연하고, 사소한 말실수를 꼬투리 잡거나 개인의 치부를 들춰내 망신주기에 혈안이다. 사소한 것이라도 트집만 잡히면 무조건 청문회 특위 특검을 하자며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다. 모든 문제를 국가와 국민의 이익관점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어느 쪽이 우리 정파에 유리한가만 바라본다.

야당은 그저 청와대와 정부에 타격을 줄만한 꺼리를 찾는데 부산하고, 여당은 이를 막는데 급급한 지극히 비정상적인 입법기관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책임정치가 이루어 질 수 없다면 차라리 정치체제를 바꾸는 것이 나을 성 싶다.

정부도 여소야대가 되면서 망연자실해 진 것 같다. 정부는 경제활성화 법안들 다시 말해 서비스산업기본법, 규제프리존법, 노동개혁법 등을 국회가 통과시켜주지 않고 있어 경제가 어렵다고 국회 탓만 한다. 도무지 국회를 설득할 생각도 의지도 없는 것 같다. 어차피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국회가 협조를 안해 줄 테니 그냥 가자는 건지. 이래서는 안된다. 대통령이 여야 대표를 설득해 달라. 뿐만 아니라 대통령을 보좌하는 수석이나 비서관부터 장차관들도 국회설득작업에 나서 달라. 그래도 국회가 입법을 안하면 국민들이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여야간에 경제 살리기 방향이 다른 것 같지만 그래도 타협의 여지는 있다. 머리를 맞대다 보면 경제 살릴 공통분모가 나올 것이다. 일자리를 만들 방안이 나올 것이다. 이러다 정말 경제가 망가지게 생겼다. 임진왜란의 교훈을 망각해 병자호란을 겪었듯이 IMF의 교훈을 망각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다.

확실히 정부의 경제정책은 무디다. 그러나 국회가 정부를 자포자기하게 만들어서는 곤란하다. 입법기관인 국회가 법안 처리를 안한다는 것은 국민 대의기관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다. 만약 20대 국회가 역할을 못해 한국경제가 침몰하거나 국가안위에 문제가 생긴다면 우리는 역사에 큰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