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통신 답사 후 보도…비극 여전한 리비아-이탈리아 루트


죽음의 위험을 안고 지중해를 통해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들의 생생한 모습이 전해졌다.

AFP통신은 4일(현지시간) 당사 사진기자가 직접 탑승해 지켜본 유럽행 난민선의모습과 탑승자들의 구조 장면을 보도했다.

사진기자 아리스 메니시스는 지난 3일 지중해에서 난민 구조작업을 펼쳐 온 스페인 비정부단체(NGO) '프로액티바 오픈 암즈'(ProActiva Open Arms)의 구조선 아스트랄 호를 타고 이동한 뒤 나무로 된 난민선에 승선했다.

그는 "나무로 된 난민선의 3개 층에 대략 1천 명이 탔다"면서 "너무 많은 사람이 탔기 때문에 질식해서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말했다.

선박의 전복, 침몰 같은 사고뿐만 아니라 험난한 여행 과정을 이기지 못하고 숨지는 이들의 수가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메니시스는 "내가 시신 22구를 셌다"고 말했다.

그는 "난민선은 공황상태였다. 바다로 뛰어드는 사람도 있었다"는 말로 구조선이 도착한 때의 상황을 전했다.

이날 이탈리아 해안경비대는 리비아 북부 공해 상에서 여러 기관과 협동 구조작업을 벌여 난민 4천655명을 구했다. 28명은 숨진 채 발견했다.

아스트랄 호도 이탈리아 해군이 도착하기 전까지 스페인군 비행기가 떨어뜨려 준 구명정에 의존해 구조작업을 벌였다.

아스트랄 호는 난민을 구하기 위해 4일 새벽부터 해가 질 때까지 작업했고, 이후 이탈리아 해군에 생존자들을 인계했다.

올해 들어 이탈리아 남부 항구에 도착한 난민 수는 13만2천명으로 이날 구조된 인원을 더하면 이 숫자는 약 13만6천여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날 구조된 난민 대부분은 북유럽으로 가기를 희망한 아프리카인이다. 이들은 이미 난민을 수용하는데 한계에 이른 이탈리아에 머물도록 요구받고 있다.

이탈리아 해안경비대는 전날에도 리비아 연안 지중해에서 난민 6천90명을 구조했다.

이는 지중해 난민사태가 발생한 이후 하루 구조된 난민 숫자로 가장 많은 규모 중 하나다. 안타깝게도 임신부 1명 등 10명의 목숨은 건지지 못했다.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은 이 같은 지중해의 비극을 "여전히 봉합되지 않은 상처"라고 정의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유럽으로 유입되는 난민 문제를 다루기 위해 할 수 있는 한모든 지성과 인간성, 조직적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리비아에서 지중해를 거쳐 이탈리아로 들어오는 아프리카 난민 행렬은 최근 들어서도 좀처럼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터키에서 보트를 타고 그리스에 도착한 뒤 육로로 발칸반도를 지나 서·북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이 많았다.

그러나 소위 발칸 국가들이 국경을 통제하면서 난민들의 행로가 변하기 시작했다.

특히 유럽연합(EU)이 그리스에 도착한 부적격 난민을 터키로 되돌려보내기로 하자 리비아에서 이탈리아로 향하는 경로가 상대적으로 부각됐다.

지중해 한복판을 통과해 이탈리아로 향하는 이 길은 터키 해안에서 가까운 그리스 에게해 섬까지 가는 여정보다 훨씬 멀고 그만큼 위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