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빠르게 확산 … 14개 브랜드 성업"최근 3년간 63개 신규점
부평 최다"저가공세 타격 … 주변상인 매상 급감
"백종원 가게 이길 방법이 없다" 울상
▲ 부평시장 로터리 백종원 매장.
▲ 구월동 로데오 거리 백종원 매장 밀집지역.

인천지역 일반·휴게음식점 현황을 분석한 결과, 백종원 매장의 증가세는 가파랐다.

특히 빽다방은 지난해 중심상권에서 시작해 이제 주요 아파트 단지 주변과 시장 입구까지 퍼져나갔다

상인들은 백종원 브랜드를 중저가, 유행, 인지도까지 삼박자가 만들어 낸 '공룡'으로 비유했다.

3년간 63곳 늘었다


인천지역 백종원 매장은 14개 브랜드에 총 92곳. 이 가운데 최근 3년간 늘어난 매장은 무려 63곳에 달한다.

지역별로 보면 상권이 발달한 남동구와 부평구가 각각 27곳, 21곳으로 가장 많았고, 연수구 14곳, 서구 12곳으로 뒤를 이었다.

가장 많은 매장은 단연 테이크아웃(포장) 커피전문점 '빽다방'이었다. 단돈 2000원이면 살 수 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옥수수크림, 사라다빵 같은 메뉴가 인기를 끄는 매장이다. 총 36곳이 들어서 있다. 빽다방은 중심 상권뿐만 아니라 중구 차이나타운, 역세권, 아파트 단지 근처, 영화관 내부, 시장 입구 근처, 학교 앞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지역에 퍼져있다.

매장이 퍼져가는 속도는 매우 빠르다. 지난 2006년 구월동 로데오광장에서 일반음식점 허가 시점 기준으로 2곳에 불과했던 백종원 매장은 이제 9곳으로 늘었다. 부평역 주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 곳도 없었다가 9곳까지 늘었다. 백종원 브랜드의 우동집과 중국집이 나란히 자리 잡거나, 빽다방이 인근 지역에 두 곳이나 위치한 경우도 있다. 부평구의 한 대형마트에는 백종원 매장이 무려 5개나 몰려있다.

계양구청 주변도 백종원 매장이 성업하는 곳이다. 계양구청에서 까치공원에 이르는 계양맛길과 구청 길 건너편 상권에 위치한 매장 6곳이 '계양구청점'이라는 이름을 달고 영업하고 있다. 주안역 2030거리에도 5곳이나 자리잡고 있다.

▲"공룡 무슨 수로 이기나"

▲ 구월동 로데오 거리 백종원 매장.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광장과 부평역 근처에서 만난 상인들은 이 같은 현상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같은 자리에서 10년 이상 장사를 하고 있는 사장도,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중국집 직원도 마찬가지였다. 고기집이 중심이었던 백종원 매장이 업종을 가리지 않고 늘어나면서 자신들의 매출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관련 브랜드만 따져도 중국집, 철판요리, 맥주집, 국수가게, 닭볶음탕 전문점, 분식점, 돈가스가게에 걸쳐 23개나 된다.


구월동 로데오광장 주변 고기집에서 일하는 직원 A(22)씨는 근처에서 백종원표 매장이 열었던 날을 잊지 못한다. 장사가 정말 안 됐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우리 가게까지 오지 않고 중간에 백종원 매장으로 빠지는 경우를 많이 본다"라며 "24시간 영업하는 고기집까지 있다 보니 매출이 떨어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인근에서 닭갈비집을 운영하는 박상기(40)씨도 "고객들은 모르겠지만 동종업계 영세업자들은 백종원을 좋아할 수가 없다"라며 "저가 공세로 마진율도 낮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공룡을 이길 방법이 없지 않느냐"라며 "백씨가 방송에 안 나오거나 자기 매장 하나만 가지고 있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부평역 주변 상인들의 표정도 비슷하다. 중국집에서 8년 째 일하고 있는 B(56·여)씨는 바로 앞 백종원표 짬뽕집으로 들어가는 학생들을 보면 씁쓸하다. 그는 "전에는 젊은 손님들이 꽤 많았는데 지금은 어르신과 단골만 가게를 찾는다"고 말했다.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사장들도 난색을 표했다. 낮은 가격에 대용량 커피를 대문짝만하게 홍보하는 빽다방이 곱게 보이지 않는다. 한 카페 사장은 "저가공세 때문에 모든 카페가 영향을 받고 있다"라며 "우리 가게도 단골만 주로 찾는 편"이라고 했다.


/글·사진 박진영·송유진 기자 erhist@incheonilbo.com

'더본코리아'는 … 1200여매장 거느린 '공룡' 몇년 사이 급성장

23개 브랜드 가맹사업 주력
내년 대기업군 포함 가능성


'더본코리아'는 백종원표 매장 1200여곳을 거느리는 외식업계의 공룡이다.

1994년 설립돼 축산물 무역 및 도소매업, 소스제조업, 음식업에 진출해 있으며, 23개 브랜드의 가맹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유명 요리인이자 방송인으로 활약 중인 백종원씨가 지분의 76.69%로 1대 주주에 올라있다.

더본코리아의 성장세는 무섭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더본코리아의 매출은 2012년 683억원에서 2013년 775억원, 2014년 927억원, 2015년 1238억원으로 급증하고 있다. 당기순이익도 같은 기간 35억원에서 69억원으로 매년 수십억 원의 수익을 꾸준하게 올리는 중이다. 해외 진출 법인을 비롯해 10여개의 자회사도 거느리고 있다.

더본코리아는 매월 브랜드에 따른 창업설명회를 열고, 여기에 참여하는 점주와의 가맹계약을 체결해 점포를 늘리는 방식으로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백종원표 매장이 계속 늘어나게 될지는 더본코리아가 대기업군에 포함되느냐 마느냐에 달려있다.
만약 대기업군에 진입한다면, 지난 6월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결정에 따라 신도시·신상권 등을 제외한 지역에서의 한식 등 음식점업 7개 업종 추가 출점이 어려워진다.

더본코리아는 3년 평균 매출이 1000억원을 넘지 않아 아직 중소기업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성장이 지속된다면 내년에는 대기업군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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