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메르스가 부실한 방역과 허술한 예방의료 체계를 흔들어 대면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을 때 감염자들 다음으로 고통을 받은 사람들이 있었다. 맞벌이 가정의 엄마들이다.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고, 평온한 일상에서도 이들에게 고통을 가하는 시기가 또 있다. 방학이다. 어느덧 개학이 멀지 않았으나 맞벌이 엄마들의 방학나기는 여전히 힘에 겹다. 주변에서, 아이 맡길 곳을 찾아 이리저리 허둥대는 풍경을 목격하게 되는 일이 흔하다. 사정이 이러하나 안전하게 아이를 맡기고 직장에 다니라고 마련했던 제도가 있다. 돌봄교실이다.

돌봄교실, 취지는 그럴사하다. 방학 중에도 맞벌이, 저소득층, 한부모 가정 등의 양육부담을 경감하고, 취약계층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고안해서 만든 게 바로 돌봄교실이다. 하지만 전체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학교에 따라서는 돌봄교실 전담사와 4시간 근로계약을 맺은 경우도 있어서 퇴근시간을 맞추기 어렵다. 이렇게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조건에서 말로만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면 뭐하겠나.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국가적 현안이다. 1970년 통계청이 잡은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4.53명 수준이었다. 2015년에는 1.2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 중이다. 지금은 여기서 조금씩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하는 상황이다.

결혼적령기가 점점 늦춰지는 것도 저출산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일찍 직장 잡기 어렵고, 결혼 후에는 아이 키우기 결코 녹녹치 않은 상황과 맞닥뜨려야 하는 게 현재 젊은 부부들이 넘어야 할 큰 벽이다.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백번 강조하는 것보다 아이를 낳고 잘 키울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게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더더욱 정책 입안자들이 그걸 모를 리 없다. 그래서 각종 보육정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려니 이해한다. 그러나 문제는, 현실 적합성이다. 현장을 돌아보고 부족한 게 있으면 서둘러 고치려는 민첩성이다. 문제가 보여도 곪아 터질 단계에 이르러서야 겨우 시늉이나 내는 정도로는 현재의 저출산율을 해결할 방도가 없다. 정작 당국에 들을 귀가 있다면, 돌봄교실 문제 하나 만이라도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