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산하기관 통폐합이 결국 용두사미로 끝날 전망이다. 이전에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불발로 그쳤던 전례를 반복하면서 시작할 때의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한 채 주저 앉고 말았다. 이번 경험은 역시 기관을 만들기는 쉬워도 없애기는 어렵다는 교훈을 되새기게 해준다.
경기도의회 더민주는 어제 경기중소기업지원센터와 경기과학기술진흥원, 경기평생교육진흥원과 경기영어마을을 각각 통폐합하고,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은 폐지 후 수원시로 운영권을 넘기는 방안을 당론으로 확정, 발표했다.

도는 당초 산하기관 25개 기관 중 16개 기관을 통폐합하는 대수술을 계획했지만 겨우 5곳만 조정하는 선에서 끝을 내야하는 상황과 마주하게 된 것이다. 새롭게 신설하는 일자리재단, 따복공동체지원센터, 스타트업캠퍼스, G-MOOC 추진단, 에너지비전센터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더 방만해졌다. 줄이기는 어려운데 늘어나기만 하는 현상, 결코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기관을 신설할 때는 모두 나름의 필요한 이유를 갖고 만들어졌기 때문에 폐지하기는 더 어렵다. 많은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산하기관 통폐합에 따른 반발은 당초에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고 도에서도 사전에 이미 충분히 인지하고 준비했던 일이다. 하지만 역시 거센 반발을 넘어서기는 어려웠던 모양이다. 결정적으로 도의회를 설득시키기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해당 기관의 반발도 문제였겠지만 도의회 상임위에 집중된 관계기관들의 로비와 상임위 자체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당초 용역안도 집중포화를 맞았었다. 비전문가들의 용역안이라는 비난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표면적으로만 보자면 그렇지만, 과연 그게 전부일지, 사전에 짚어야 할 문제가 있다.

우선 이번 용역안은 지나치게 기능과 효율성 위주로만 재단되었다는 한계를 지녔다. 가령 경기도 인구의 절반이 여성이다. 복지도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는 추세다. 가뜩이나 서울 여성재단과 비교해 반쪽도 되지 않는 여성가족연구원을 복지재단과 통폐합하려는 발상은 처음부터 이해받기 어려웠다. 시대정신에 따른 가중치를 반영하지 않은 채 기능적으로만 접근한 통폐합 방식, 곰곰이 되새겨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