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면
▲ 함세덕
▲ 박정희

화평동은 세숫대야 냉면으로만 유명한 곳이 아니다.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현대사의 명사들이 거주했던 동네다.

자유당 시절 부통령에 이어 제 2공화국 총리를 지낸 장면(1899~1966년) 박사는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을 화평동에서 보냈다. 8살 때부터 인천성당이 운영하던 박문학교에 다녔던 것이다.

극작가 함세덕(1915~1950년)의 생가도 이 동네에 있다. 인천에서 나고 자란 함세덕은 잠시 전남 목포로 이사해 소학교 1학년을 보냈지만 이내 인천으로 돌아왔다. 인천상업학교에 다니면서 희곡전집과 세계문학전집을 독파했다. 낭만주의 정서에 기반한 사실주의극 집필에 몰두했던 그의 작품 활동 배경엔 당시 어촌이었던 인천의 서정성이 짙게 배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화가 겸 작가인 박정희(1923~2014년) 씨는 타계할 때까지 이 동네에서 살았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한글점자를 창안한 송암 박두성의 딸인 그녀는 선친의 뜻을 이어받아 평생을 시각장애인 후원과 권익증진에 앞장섰다. 화실 겸 자택이었던 '평안 수채화의 집'은 여전히 화평동 냉면거리 초입에 자리를 지키고 서있다.

/윤관옥 기자 okyu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