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범 육군 중장·전 특수전사령관

중위시절 폭발현장 동행 합참의장 구조 … 오늘 전역
미군 공로훈장 3회 기록 … '인간적 모습' 인터넷 미담

아웅산테러 때 합참의장을 구한 육군중위가 36년 간의 군 복무 마치고 퇴역한다.

1983년 10월9일 오전 10시27분 미얀마(옛 버마) 아웅산 묘소. '꽝'하는 굉음과 함께 아웅산 묘소의 목조 건물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고 이기백 당시 합참의장을 비롯한 우리나라 장·차관급 공식 수행원 18명이 쓰러졌다.

당시 전두환 대통령을 수행한 이 합참의장은 머리와 배에 파편이 박히고 다리가 서까래에 깔려 크게 다쳤다.

이때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앳된 25살의 중위 한 명이 위험을 무릅쓰고 이 합참의장에게 달려가 피투성이가 된 그를 둘러 업고 지옥에서 꺼냈다.

이 합참의장의 전속부관이었던 그는 기록관리를 위해 폭발현장에서 300m 떨어진 차량으로 방전된 카메라의 건전지를 가지러 가던 중이었다.

이 합참의장은 자신의 전속부관이었던 중위 덕분에 유일한 생존자가 됐다.

그 어린 중위가 바로 전 특수전사령관 전인범(사진) 중장이다.

전 중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진동하는 화약 냄새와 피범벅이 된 중상자들을 보고, 주체하기 어려운 두려움이 닥쳐왔다"면서 "그러나 죽어도 모시던 분하고 같이 죽어야 겠다는 각오로 뛰어들어갔다"고 말했다.

또 "25살 중위의 젊은 패기와 사관학교 교육을 통해 유사시 즉각 반응하는 제2의 본능이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며 "누구나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1981년 4월 육사 37기로 임관해 30사단 소대장으로 군 생활을 시작한 이래 9사단 29연대장,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부 전작권 전환 추진단장, 한미연합군사령부 작전참모차장,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수석대표, 특수전 사령관 등을 지냈다.

전 중장은 36년간의 군 복무를 끝으로 28일 이천 특전사 연병장에서 전역한다.

전 중장은 전역식에서 한국군으로는 처음으로 미 통합특수전사령부 훈장을 받는다. 또 우리 정부의 보국훈장 국선장을, 한미동맹을 강화한 공로로 미국 정부의 공로훈장(Legion of Merit)을 각각 받을 예정이다.

그는 전역식에서 미국의 공로훈장을 받음으로써 미국 정부가 외국군에게 수여하는 최고등급의 훈장인 공로훈장을 세 번씩이나 받는 이례적인 기록을 남기게 됐다.

전 중장은 지위가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후배들을 인격적으로 잘 챙기는 배려심있는 지휘관으로도 잘 알려졌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전인범 중장의 일화 몇 가지'라는 제목의 글이 올려져 있다. 아이디 'Sighofwish'가 2014년 1월23일 '군대포럼'에 올린 글에는 전 장군이 전역하는 사병에게 "소장 경례나 먼저 받고 가슈"라며 먼저 경례를 한 일을 소개했다.

현역 후배 군인들도 "군인정신과 국가관이 투철한 참 군인일 뿐 아니라 부하들이 진심으로 존경하고 따르는 선배 군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천=김진태 기자 kimjt@incheonilbo.com